실손보험료 ‘갱신 폭탄’ 예고…“50% 이상 인상 속출”
3∼5년 갱신 주기 가입자 인상률 누적돼 일시 반영돼 “장·노년층 100%가량 오를수도… ‘신상’ 갈아타기 늘지 주목”
10년 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 가입한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보험료가 50% 가까이 올랐다. 작년 말 언론 보도를 보고 10%정도 보험료가 오르지 않을까 예상했다가 그 몇배나 되는 인상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A씨는 “올해 보험료가 많게는 19%가 오른다는 뉴스를 최근에도 봤는데 실제로는 50% 가까이 오른 가입자가 내 주위에만도 여러 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보험료 부담에 요즘 상품으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달 보험업계는 표준화 실손보험(2세대)의 보험료를 평균 10∼12% 올렸다. 표준화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팔리고 단종된 상품이며, 그해 4월에 신 실손보험(3세대)으로 교체됐다.
표준화 실손보험 가입자인 A씨의 보험료가 10%대가 아니라 50%나 오른 것은 5년 전 갱신 이래 계속 같은 보험료를 내다가 이번 갱신에 그간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보험료 갱신 폭탄’이라 부른다.
표준화 실손 보험료는 작년과 2019년에 각각 9%대와 8%대가 올랐고, 2018년에는 동결됐다. 2017년에는 회사별 편차가 커서 많게는 20%가 넘게 인상됐다. A씨의 보험사가 5년간 10%씩 네차례 보험료를 인상했다고 가정하면 누적 인상률은 46%가 된다.
또 성별이나 연령대에 따른 인상률 차등을 적용하면 장·노년층 남성은 상대적으로 더 큰 인상률을 적용받는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는 더 센 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처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실손보험은 2017·2019년에 10%씩 인상됐고, 작년에도 평균 9.9%가 올랐다. 올해 인상률은 15∼19%가 적용될 예정이다. 5년간 누적 인상률은 53∼58%에 해당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실손보험 갱신 가입자는 50% 이상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일부 고령층은 인상폭이 100%에 이를 수도 있다”며 “우체국 실손보험 갱신 고객 중에 100% 인상률이 적용된 사례가 최근 나오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갱신 주기가 3년인 가입자는 3년치 인상률만 반영되므로 5년 주기 갱신 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적지만 역시 수십% 인상을 각오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올해 보험료 갱신 부담으로 구실손보험 가입자를 중심으로 신실손보험 또는 7월에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