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資本)가치의 종말

2006-02-10     제주타임스

과거 농경사회는 생산의 기본적인 요소가 땅이었기 때문에 지본(地本)사회라고 부른다. 그런데 산업사회에 들어와 생산의 기본단위가 공장으로 바뀌면서 공장과 설비를 운영하는 자본(資本)이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이제 자본주의 개념도 많이 변하고 있다. 지본(知本)주의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재가 물건(資本)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부를 가져오는 시대다. 부는 이제 재산소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적자산이고 지본사회이다. 지적 자산은 여간해서 교환 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지적자산을 단단히 거머쥔 체 제한적으로 임대하거나
사용권을 빌려주는 세상이다.
우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최고 선두 국가 미국이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게 역전 위기를 맞는 것을 보았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은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경제 전면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이 많아서가 아니라 미국에는 지식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모든 학자들은 말한다.  세계 기술특허권, 지적소유권 등의 첨단분야에서는 85%이상 소유한 국가가 미국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자본(資本)보다는 지본(知本)으로 궤도를 수정한 지 오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반도체 전자메모리 분야 등에서 세계 정상의 지력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사회 비평가 Eremy Rifkim의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의 내용을 빌리면 세계는 앞으로 20년 정도만 지나면 사람들의 물건(資本)을 소유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한계성에 다다르며 자본을 소유한다는 것을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일반화 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화, 지본(知本)화 사회에서 자본소유는 사회적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 가치가 예측 못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곧 자멸이 길이 된다는 내용이다. 상품도 끊임없이 혁신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  지며 제품수명도 점점 단축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도 효율성 수명이 단축되어 일정기간이 지나면 퇴물이 된다는 것이다. 어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 제주시 구시가지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10년 전에는 재산소득을 금융이자 이상으로 올리는 재산이었다.  이제는 재산으로서 가치를 거의 상실해 가는 재산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과거에는 가치가 변하는 기간이 10년이지만 앞으로는 더 변화 템포가 빨라질 것이다. 도시개발이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  보다도 정보의 흐름, 가치의 흐름, 시장의 흐름이 예측 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변한다는 것이다.
주거(주택)개념도 더 이상 소유는 필요치 않다. 모든 물건도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도 돈 주고 사서 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르네상스나 산업혁명과 같은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현재가 자본주의 사회라면 미래는 지식과 정보가 부와 명예를 결정짓는 지본(知本)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은 총과 칼로 싸우지만 미래는 머리와 맨 손으로 싸우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온 지역 백성을 덕망 높은 영주가 먹여 살렸다면 지금은 비범한 사람의 지적 재산 하나로 수만 명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 일 수도 있다.  이러한 조짐들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몇 년 전이 일이지만 쥬라기 공원 영화 한편의 우리나라 1년 예산액 정도의 수입을 올린 적이 있었으며, 스타워즈 영화는 25년이 지나서 재개봉해도 여전히 달러 박스다.
앞으로 다가올 지본(知本)사회에서는 창조적인 한 사람이 역사를 발전시키고 세계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바둑 1급짜리 10명이 머리를 싸매고 함께 바둑을 두어도 바둑 1단을 이기기  힘든 이치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