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인생 중 가장 기쁜 설 명절 될 것”

제주 4·3행불인 70여년 만에 재심 무죄 故오형률 아내 현경아 할머니 “죽어서도 볼 낯 없었는데…남편 명예 되찾아 이젠 떳떳이 마주할 것”

2021-02-09     김진규 기자

현경아 할머니는 “101세 동안 살면서 올해가 가장 편안한 설 명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매일>은 설 연휴를 앞둔 9일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현경아 할머니를 만났다.

101세임에도 기자를 만나기 직전에 자택 텃밭에서 농사일을 할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현 할머니는 70여년 전 제주4·3 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故 오형률 씨의 아내다.

현 할머니는 지난 1월 21일 제주지방법원에서 행불인 희생자 재심 사건에서 남편이 무죄를 선고받자 “죽기 전에 마음 속 응어리를 풀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일 ‘제주4‧3사건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법안 개정의 첫 관문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하면서 이달 하순 처리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현 할머니를 포함한 8만 제주 4·3유족들이 그 어느때 보다 기대감이 높다.

현 할머니는 “남편이 무죄 선고를 받은 날 밤 100년 동안 살면서 가장 편안하게 잠을 이뤘다”고 말했다.

남편이 무죄가 선고된 날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과 강창일 전 의원(현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대사)과도 직접 통화해 감사의 말을 전할 정도로 정정하다.

현 할머니의 남편은 70여년 전 형무소에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생일날을 기일로 정하고 제사를 지냈다.

‘남편 시체만 찾아 봉분을 만들어주면 내일 죽어도 좋다. 그렇지 못하면 내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현 할머니다.

현 할머니는 “명절 때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남편이 더욱 그립고 생각이 났다”며 “남편 명예를 찾지 못한다면 나는 죄인이다. 볼 낯이 없어 죽어서도 안 보려고 했지만, 이제는 떳떳하게 볼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 할머니는 “이번 설 명절은 코로나19 인해 가족이 다 모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본인에게는 가장 기쁜 날이다. 설 명절 남편에게 ’이제는 마음껏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라’ ‘나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하늘에 가면 웃는 모습으로 당신과 마주하겠다’고 전하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