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재심 군법회의 선고심 돌연 연기 왜?

‘무죄’ 구형한 검찰 수형인은 ‘공소기각’ 원해 재판부, 고심 끝에 오늘 예정 선고 21일 연기

2020-12-07     김진규 기자

7일 제주4·3 사건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생존 수형인 김두황(93)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군법회의로 옥고를 치른 4·3수형인 7명에 대한 재심 선고는 연기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을 진행하기에 앞서 “일반재판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한 재심은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군법회의에 대한 재심은 오는 21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1월 16일 결심공판에서 김 할아버지를 포함해 군법회의를 통해 옥고를 치른 8명의 수형인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이는 문무일 검찰청장 재임시절인 2017년 검찰이 과거사 피해자 487명에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구형한 사례가 있는데다, 제주4·3사건으로 촉발됐던 여순사건에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누명을 쓰고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당했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재심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군법회의와 관련된 재심에 대해서는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무죄는 일반적으로 ‘아무 잘못이나 죄가 없다’는 뜻도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피고 사건이 법률상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공소기각은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했지만, 우리는 지금도 공소기각을 원한다”며 “일반 정서상 ‘무죄’라는 어감이 좋겠지만, 이는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죄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동윤 대표는 “공소기각은 법률적 요건조차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하겠다고 사전에 연락해 왔지만 그 이유는 알리지 않았다”면서도 “무죄를 선고할지 공소기각을 선고할지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