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첫 날 '몸과 마음 개끗이'
어촌서 출어 삼가고 환자라도 약복용 금지
2006-01-28 한애리 기자
음력 정월 초하루 설은 우리 민족 고유의 최대 명절이며 한 해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날로 세배와 차례 등 다양한 세시풍속이 행해진다.
새해의 첫 날이라는 뜻으로 세수(歲首), 원단(元旦), 원일(元日), 신원이라고도 부르며 이날은 근신하며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으로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새해 새 날이 시작되는 날이란 뜻으로 선날이라고도 하며 ‘삼가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을 가진 ‘섧다’에 어원을 두고 있다.
또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살’과 관련됐다는 논의도 있다.
채근담에는 “가족끼리의 성실한 마을, 온화한 기운,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를 공경하며 형제간에 화목하고 사이좋게 지낸다면 종교활동보다도 백 배, 천 배 낫다”며 가족공동체의 끈끈한 혈육의 정이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다시 시작한다는 희망, 할 수 있다는 기대 그래서 더 없이 기쁜 설은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따라서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는 되도록 일찍 일어나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설빔을 입고 가족간에 세배를 한다.
차례가 돌아가신 조상에게 드리는 새해 인사라면 세배는 생존해 계신 어른에게 올리는 새해 인사다.
세배는 웃어른에게 뿐 아니라 부부지간, 형제지간에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집안에서 세배가 끝나면 이웃의 가까이 지내는 어른에게도 세배를 한다.
세배를 하면서 건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소원 성취하기 바라네” 등의 덕담 또한 설날 풍경이다.
“복조리 사려” 섣달 그믐날이면 골목길을 다니며 복조리장수에게 복조리를 사두었다가 설날이면 대나무로 만든 그 조리를 걸어 한 해 동안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 설날부터 열 이틀 날까지 12일 동안 일진을 정하고 일진에 따라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에는 바느질을 하지 않고 소날인 상축일(上丑日)에는 연장을 만지지 않는 등 금기사항 정하고 지키기도 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양날인 상미일(上未日) 어촌에서는 출어를 삼가고 미불복약(未不服藥)이라해 환자라 하더라도 약을 먹지 말라고 했다.
또한 첫 개 날인 상술일(上戌日)에는 개가 텃밭을 망쳐놓는다고 판단해 일을 삼갔지만 제주 잠녀들은 이 날 도구를 손질해 뒀다.
개는 어디서나 물건을 곧잘 물어들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도구를 손보아 두면 해산물을 따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외에도 설날이 유모일(有毛日)이면 오곡이 무르익어 풍년이 들고 무모일(無毛日)이면 흉년이 든다고 했는데 올해는 말 날인 상오일(上午일)인 것을 감안하면 바다와 육지가 모두 풍년일 모양이다.
이외에도 설은 정월 초하루지만, 정월 명절은 유난히 길어 대보름 전후까지 이어지며 풍요를 상징하는 대보름을 전후해 풍농기원 놀이, 입춘굿, 토정비결 보기 등이 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