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이는 하늘이 내려준 우리의 복덩어리입니다"
위탁가정에서 살아가는 6살 보람이의 설
2006-01-28 김용덕 기자
그렇다면 이 아이들의 운명은 숙명일까. 세상에 태어나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과도 함께 살지 못하는 운명이라면 아예 숙명이랄 수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양쪽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그 원초적 숙명. 그것이 숙명인지 운명인지도 모르는 무분별한 아이들. 그 자체를 이해할 능력조차 없는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투영될까.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불쌍한 것일까. 그 무슨 형용사적 단어를 들이대 은유화할 수 있을까. 그렇더라도 온몸으로 받는 아이들의 짐은 아픔, 그 자체다.
지난 2002년 11월 부모의 이혼으로 친인척도 아닌 일반가정에 위탁 양육되고 있는 이보람어린이(가명, 여, 6세).
지난해 6월, 보람이는 아버지의 경제적 불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반가정에 위탁, 현재 위탁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
보람이는 물론 보람이 아빠, 그리고 자신의 딸처럼 키우다 다시 보람이를 생부에게 건네줄 위탁부모 모두 가슴 한켠에는 묵직한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다 마주보는 보람이가 자신을 멀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아빠, 보람이를 키운 후 다시 생부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기른정 깊숙한 위탁모, 그리고 이런 저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보람이, 이들의 가슴속 아픔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엄마는 하늘나라에 갔고요 아빠는 감옥에 갔어요” 왜 아빠를 감옥에 갔다고 할까. 보람이의 말은 먼데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감옥일까. 자주 올 수 없고 자주 볼 수 없는 아빠의 사는 곳이 마치 감옥이라는 것이다. 사실 엄마는 보람이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일 뿐 살아 있다.
보람이는 “사실은요 지금 엄마는 이모고요 아빠는 할아버지예요”라고 말한다. 위탁모인 송명진씨(51)는 “자신에게는 엄마라고 부르지만 남과 얘기할 때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한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는 현재의 생부만을 고집할 뿐 절대 자신의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지금 보람이를 위탁양육하고 있는 송씨 집안은 오히려 보람이 때문에 나날이 행복하단다.
“보람이를 위탁양육하는 게 절대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복이라고 생각한다. 보람이는 우리 집안에 웃음꽃을 파는 복덩어리다”
송씨의 보람이 자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집 대장이죠, 이제 설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데 우리 보람이를 제가 키울 수만 있다면 보람이가 갖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살리고 싶은 게 소원입니다“
송씨집안의 친인척 또래와 언니 오빠들과도 마치 친형제처럼 잘 지내는 보람이와 송씨의 이번 설은 우리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던져준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