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정상부 日진지동굴 베일 벗어

제주동굴연구소 첫 현장 측량

2006-01-23     정흥남 기자

그동안 일반인에게 개략적인 실태만 알려진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 정상 분화구 능선에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동굴’의 실체가 드러났다.

사단법인 제주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송악산 제1분화구인 외륜산 능선에 구축된 일본군 진지동굴의 규모는 주굴 702m와 가지굴 320m등 1022m로 측량됐다고 22일 밝혔다.

또 이 진지동굴은 출입구가 22개 폭 1~2m, 천정 높이 0.5~1.5m로 조사됐다.
송악산 정상부 진지동굴의 규모는 셋알오름 진지동굴(1220m)과 가마오름 진지동굴(1197m)에 이어 일제가 제주에 구축해 놓은 진지동굴 가운데 3번째 규모를 보이고 있다.

송악산 진지동굴의 존재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이처럼 진지동굴의 출입구 수와 동굴길이 등이 구체적으로 조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발견된 대형 진지동굴의 출입구는 셋알오름 6개, 가마오름 9개, 수월봉(한장동) 3개, 성산일출봉 3개, 서우봉 2개, 어승생악 1개 등으로 나타났다.

제주동굴연구소는 송악산 제1차 분화구 외륜산에 구축된 진지동굴은 출입구 등을 토대로 용도를 추정한 결과 송악산 주변의 일본군 군사시설(비행장, 탄약고, 격납고, 해안절벽 진지동굴, 셋알오름 진지동굴 등) 방어용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특히 송악산 정상 진지동굴은 해안으로부터 미군이 상륙할 것을 예상, 그 대비책으로 일제가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일제는 송악산 분화구 능선의 이 같은 진지동굴과 별개로 송악산 해안절벽에도 자살공격 소형선박 은폐용 진지동굴 15곳을 구축했다..
제주동굴연구소는 “현재까지 단일 오름 가운데 대형진지동굴과 소규모 진지동굴이 함께 구축된 곳은 송악산이 유일하다”면서 “이 동굴의 역사성과 용도 등은 이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밝혀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