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당들

2006-01-18     제주타임스

1

본인도 모르게 이름을 훔쳐 정당에 억지 입당시켰거나 당비를 대납했다면 명의 도용이요 사기에 다름 아니다. 또한 주인 허락 없이 통장에서 당비 명목으로 돈을 빼 갔다면 그것은 현금 절도임이 분명하다.
 사기와 절도 바로 이것이 백성을 잘 살게 해 주겠다며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 정당들의 면면들인지 모르겠다. 정당의 주인이 누구인가. 당수도, 당 간부도 아니다. 당원들이다.
 도대체 정당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입당이 되어 있고, 당의 똑똑한 사람들에 의해 당비를 대납 당했는가 하면, 심지어 통장에서 당비 명목으로 현금까지 도적 맞은 사람들이 많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1000원, 2000원이 문제가 아니라 단돈 100원도 큰 돈으로 여기고 있는 황혼길의 백발 통장에 까지 손을 댔으니 형법과 정당법에 불효죄가 있다면 당은 해체감이요, 개인은 최고형감이다.                         
이쯤 되면 말이 정당이지 정당이랄 수가 없다. 패거리도 그 보다 못하지 않다. 이른바 당간부란 사람들은 변명할 것이다. 그것은 선거에 입후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당의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개인적인 실수이지 당 차원은 아니라고 말이다.

2

 아무리 불량한 자식을 둔 부모라 하더라도 그것을 자식의 개인 문제로 떠 넘기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 자신들의 탓이라며 사과 이전에 근신부터 하는 게 우리의 미풍이다. 당비를 대납 했거나 훔치다시피한 관련 정당들은 변명하거나 그 흔한 사과 한마디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을 출당 하는 게 마땅하다.
 당비 대납-절도 사건이 한 사람에 불과하거나 한 지역에 국한되었다면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 날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 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서울-부산, 심지어 제주도에서까지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심드렁하게 구경만 할 일인가. 

마침 사정 당국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니 일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 지겠지만, 차제에 당비 대납이나 훔치기 수법으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아예 선량(選良)이 되지 못하도록 단단히 사법적 제재가 필요 할 것 같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한 의학자의 조작된 줄기세포 논문을 갖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떠들석 하고 있는 데, 1개국의 여-야 정당은 물론 군소 정당까지 억지로 당원 가입을 시키는가 하면, 당비 마저 대납 하거나 주인 몰래 통장에서 슬그머니 빼 가고 있으니 이게 작은 일인가.
사이언즈 논문 조작만큼은 일이 크지 않더라도 그 버금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열린 우리당-한나라당-군소정당까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믿고 믿던 국민들은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모르고 있다.
닭 쫓던 개도 한번만 지붕을 쳐다보도록 해야지 그것을 계속 시키다가는 모가지가 삔다. 제발 정당들은 국민들의 모가지가 상하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주기 바란다.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