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양극화의 아픈자리
병술년 화두는 ‘경제’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5% 성장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청장년층의 실업률은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시장불안으로 지난해 청년층 실업율은 6.1%다. 전체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양극화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양극화를 통한 선진화, 세계화과정에서 고통의 수반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경쟁력 우위부문과 열위부문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업체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가계 등 사회전반에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개방시대를 맞아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과 도산은 운명이 돼버렸다.
누군가 그랬다. “힘없고 빽없고 가난한 사람만 고통받는게 경제성장이고 양극화에 따른 고통이냐”고. 그래서 로또 등 복권열풍이 이는지 모른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가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반면 전통적 중소기업과 자영업, 농촌은 침체되고 위축되고 있다.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경제양극화 현상이 장기가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경기변동 확대, 장기 성장기반의 훼손, 계층간 위화감 조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 확산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쌀 수입반대, 미국산 쇠고기수입재개 반대 등도 바로 경제양극화 현상에따른 사회적 갈등의 한 표현이다.
'확' 와닿지 않는 경제지표
그렇다면 제주는 어떤가. 제주는 소비의존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의 정책결정이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
12일 제주도가 밝힌 경제활성화 청사진인 ‘SSE148전략’-2006 제주경제활성화 종합대책 발표는 미래 제주경제의 좌표랄 수 있다. 때문에 일관된 정책시행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제주경제가 올해 국내경제 5% 성장 예측에 따라 그간의 완만한 회복세를 벗어나 성장세가 확대된다는 한국은행제주본부의 ‘2006 제주경제 전망’. 이는 제주지역의 경기가 올들어 그동안의 빨간 신호등에서 황색신호등으로 전환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의 체감경기가 아닌 경제지표라는 점에서 ‘확’ 와닿지 않는다. 많은 도민들은 올해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간 삶에 있어서 의식주 해결은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네 대부분은 문화생활 등 비교적 먹고 사는 문제에서 탈피,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때문에 중산층을 기준, 그 이하면 못사는 것으로 간주한다. 상대 빈곤이다.
옛 이야기다. 중종때 판서를 지낸 김종국(金正國)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김 판서 친구중에 온갖 사치를 낙으로 삼고 지내는 황모라는 이가 있었다. 김정국은 이 친구에게 “자네는 굳이 재물을 모으고 사치를 해 범연히 사는 그 많은 남들로 하여금 보다 못사는 것에 한숨 쉬게 하는갚하며 절교의 편지를 썼다. 상대적빈곤감을 자아내는 친구하고는 절교도 서슴지 않았던 선비였다.
적당히 가난하게 산다는 것
옛 벼슬아치에게도 권력이 있다해서 백성에게 상대적 빈곤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실제로 옛날 목천(木川)과 연기(燕岐) 원님은 자신의 밥상에 국, 김치, 간장 외에 반찬 두 가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보다 잘사는 자와 못사는 자, 보다 힘있는 자와 없는 자,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 사이에 이반하려는 원심력보다 화합하려는 구심력이 강했던 민족이다.
바로 이 덕목이 현대사회에 와서 깨지고 없기 때문에 불안과 불만의 응어리가 생기고, 갈등과 분규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이야 금송아지를 사든 말든 내 나름대로 사는 사람은 가난해도 상대빈곤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민족이 타인지향적 유전적 기질을 갖고 있는지 몰라도 보다 고급차를 가진 동료에 대해 상대빈곤을 느끼고 있는게 요즘 세태다.
상대빈곤을 느끼지 않도록 자제하고 규제하는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정부의 처사가 필요한 때다. 적당히 가난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