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ㆍ3 사건의 진혼가

시인 강중훈씨 시집 '작디작은 …' 발간

2006-01-14     한애리 기자
"섬에는 언제나 끼처럼 불어대는 바람이 있다/바람기를 먹고 자란 나무들이 있다/나목(裸木)이고 싶어지는 끼가 있다/성숙한 나무일수록 더욱 그러하다/한점 바람이 스쳐 지난간다/섬의 열기는 바람이 스쳐간 뒤 더욱 심하다/만약 내 안의 열기도 이 섬의 정열처럼 열려하다면/…넉넉하지 못한 것들도 때로는 넉넉해 보이는 섬 물살 같은 것이라며/나도 코코넛 나무숲에 숨어 내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홀로 떠다니는 코코넛 씨 같은 섬이 되고 싶다."
강중훈 시인의 '남태평양, 그 작디 작은 섬에서의 몽상 하나' 중
시인 강중훈씨가 강력한 원색과 비슷한 시들을 모아 시집 '작디 작은 섬에서의 몽상'을 펴냈다.
강중훈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네 살 되던 해 부모님의 고향인 제주도 성산포 오조리에 돌아왔지만 제주 4·3사건으로 아버지와 3형제,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가족이 대학살을 당했다.
저자는 어머니의 기지로 두 누이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 때 나이 겨울 여덟 살이었다.
그래서 '작디 작은 섬에서의 몽상'은 4·3사건의 진혼가며 개인적 한의 해원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시집에는 뜨거운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시, 70여 편이 실렸다.
다층,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