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바라데이'와 미국

2005-12-27     제주타임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을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공헌하는데 쓰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을 의약품·농업·저수·공업 등 실생활에 활용하는데 앞장서는 유엔기구이다. 이러한 국제원자력기구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2005년도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여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알바라데이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국제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알바라데이는 1942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1984년부터 원자력기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였고, 1997년 사무총장에 당선되었다. 미국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무총장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였다. 그는 외교적 해결을 통한 비핵화 달성에 주안점을 두어,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칭한 이라크·이란·북한 등 3국의 비확산 위기 때마다 강경 입장의 부시 행정부에는 ‘눈엣가시’임이 분명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사찰기간의 연장을 요구했으며, 이란 핵 문제에 있어서도 외교적 해결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도 평화적 해결 방식을 지지해왔다. 이제 그가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니, 핵 문제 해결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라크와 전쟁놀음을 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속이 타는 일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알바라데이는, 한국에도 계속 쓴 소리를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이 우라늄 농축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우라늄 전환 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하였으며, 그리고 150㎏의 금속 우라늄을 생산하였다고 밝힌 적이 있으며, 지금 건설 중인 대전의 한 실험실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인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최근 외신이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하여튼  알바라데이의 노벨상 수상으로 미국이 머쓱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문제로 그와 불화를 빚다가, 그가 국가원자력가구 사무총장의 3선을 앞두고는 그의 3선에 반대하며 교체를 강력 추진했던 전과가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가 보스턴 공항에서 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워싱턴 행 항공기를 타려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그는 부인과 함께 보안요원들의 몸수색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일 때문에 그는  상당히 화가 났고 당황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를 퇴진시키기 위하여 미국은 그와 이란 외교관들간의 통화를 수십 건 도청했으며, 이란 문제에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는 그에 대한 시도는 그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미국 정부 내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부시 행정부는 그를 퇴진시킬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그와 이란 외교관들의 전화 통화를 수십 건 도청해 왔음이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결국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과 소련 및 그들의 동맹국 사이에서 전개되었던 냉전이 종식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당시 인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바라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남과 북, 빈국과 부국 사이 문제는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와의 간격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무기를 사용 가능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핵무기의 전략적 중심에 서있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4·3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엘바라데이를 향한 미국의 행위가 과연 정당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김   관    후 ( 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