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단상

2005-12-24     제주타임스

낙엽들이 하늬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겨울저녁 거리, 또 한 해가 가는 어수선한 길목, 삶의 추위와 계절의 추위로 마음도 어둡고 침울한데 사람들은 옆을 보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어디론가 바쁘게 가고 있다.
여민 옷깃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본능적으로 따뜻한 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겨울이다. 겨울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갈구가 겨울이 되면 더욱 진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히 명상하는 것이 마음도 성숙되고 몸도 건강 해진다는 어느 문인의 수필을 읽은 기억이 있다.
요즘 서양에서는 ‘명상요법’이 유행이라고 한다. 혼자 조용히 앉아 일체의 잡념을 떨쳐버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아주 편한 상태로 휴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T.M”이라는 기계까지 동원해서 현대병 치료라고 유행한 때가 있었으나 그 원리는 동양의 ‘명상요법’이었다고 한다. 그런대도 우리들은 스트레스 해소라면 먹고, 마시고, 떠들고, 뛰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퇴근이 무섭게 식당으로 달려가고 주5일제 근무로 주말이면 유원지에 가서 휴식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신문에 주5일제 근무로 시간은 남는데 여행을 갈 수 있는 여비가 없는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로 죽을 맛이라고 하는 기사를 읽었다. 이것은 비극이다. 물론 여행을 가고,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때로는 조용히 생각하는 리듬이 있어야 한다. “동”과 “정”의 상태가 적당한 균형을 이룰 때가 이상적인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나의 생각이 아니다. 세계 의학협회에서 보고 된 내용이다. 주말이면 한라산 등산이라도 해야 한다. 주말은 새벽6시 이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영실이든 어리목이든 주차장에 파킹 할 수 없다.  가히 주차 전쟁이다. 주차 못해 돌아가는 자들도 많다.
차를 타고 달리기만 해서 멀리 가서 있다가 오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주말 휴식이 아니다. 그리고 친목이다, 동아리다, 무슨 모임이다. 해서 멀리만 가버리면 변두리 눈 내린 밀감 밭 정취감상은 누가 해 줄 것인가? 시내에서 조금만 더 밖으로 나가면 돌담 밭 옆에서 눈 쌓인 옆에서 앙증맞게 핀 야생꽃들, 영롱한 이슬로 반짝이는 그 오묘한 자연의 신비들, 풀벌레 우는 소리가 멎을까 발자국 소리를 죽이던 그 섬세한 마음씨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현대의 스피드한 생활이 이런 작은 자연의 생명을 도외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작은 자연의 생명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게 되어가고 있다. 사람을 만나도 말없이 바삐 지나칠 뿐,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어 갖는 그런 섬세한 정감이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가는 인간성 상실이라는 무서운 사회적인 병리도 나타날 수 있다.  사회 인심이 각박해지고, 정이 메마르고, 정이 싹트기 어렵고, 척박해가는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좀더 조용해지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삶과 직접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은 건강관리 노하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흥분과 스피드로 많은 사람들이 인파 속에서 떠들고, 먹고, 마시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이고 레저로 생각한다. 사실 레저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명상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을 상실한 분주함은 휴식도 아니며 더욱 행복은 아니다.
무엇을 하든 “분주하기만 하면” 마치 자기가 인생에 충실하고 있다는 묘한 착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분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질 수도 있다. 나에게 강박관념은 없는지를, 자신의 자기를 체크해 보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어쩌면 한파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이런 겨울에 조용히 앉아 창을 열고,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멋있는 레저요, 좋은 건강관리 방법 중이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김   찬   집 (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