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선정 '최선책이었나?'
내년 3월 열리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사상 첫 프로야구 국가대항전인 만큼 한국 프로야구의 강함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박찬호,최희섭 등이 “한국야구를 우습게 보고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한국야구의 강함을 보이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해외 진출 선수나,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고 특히 이번 대회의 성적은 한국프로야구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친선경기 성격을 띤 대회와는 달리 그야말로 야구 월드컵인 만큼, 지난 20일 발표된 대표팀 선정이 최선의 선택이었는 지 의문이 남는다.
▲내야·수비가 기준
2루수 부문에서 박종호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김종국과 김재걸이 대표팀 선발의 영예를 안은 반면, 올시즌 골든 글러브 수상자인 안경현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재걸은 금년 한국시리즈에서 MVP급 활약으로 눈길을 끌긴 했지만, 아직 팀 내에서도 주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김종국 역시 0.235의 기대에 못 미치는 타격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20일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은 “안경현이 최고 공격력을 가진 2루수지만 수비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비가 그의 탁월한 공격력을 외면할 만큼 크나큰 것인지 의문이다.수비 역시 안경현이 시즌 3개의 실책을 기록한 반면 대신 선발된 김종국은 후보군 중 올시즌 가장 많은 1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김종국:117경기 출전, 타율 0.235, 실책 15개 김재걸:103경기 출전, 타율 0.247, 실책 7개 안경현: 105경기 출전, 타율 0.293, 실책 3개
손시헌은 올 시즌을 통해 박진만과 국내 최고의 유격수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오히려 올 시즌 활약은 박진만을 뛰어넘어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선수라는 평가와 함께 골든 글러브마저 손에 쥐었다.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이 손시헌의 발탁을 예측했던 이유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최종 선택은 박진만과 김민제였다. 그동안 손시헌 야구역경의 원인이었던 ‘작은 체구’가 코칭스태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김민제:125경기 출전, 타율 0.277, 실책 15개 박진만:85경기 출전, 타율 0.249 실책 10개 손시헌:126경기 출전, 타율 0.276 실책 14개
▲국내 최고의 좌완은 전병두
시즌 도중 리오스와 트레이드 되었던 기아의 전병두가 국내 좌완 중 유일하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이 자리는 이혜천에 무게가 쏠려 있었다.
선동렬 감독은 “시즌 막판 전병두의 구위가 이혜천보다 나았다”며 전병두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전병두는 시즌 막판 무너진 기아의 마운드를 책임지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혜천 또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으며, 여전히 좌타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투수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선택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전병두:49경기 57이닝 3승 2패 5세이브 2홀드 이혜천:30경기 109.1이닝 7승 4패 3홀드
▲두 명의 잠수함으로 충분한가
보류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서재응을 제외하고서도 우완정통파 투수는 일곱 명이나 발탁된데 비해 사이드, 언더스로우 투수는 김병현과 정대현 단 두 명만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미국과 쿠바 등 비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할 때 한국 마운드를 이끈 것은 잠수함 투수들이었다.
웬만한 기량의 우완 정통파 투수로는 그들과의 승부가 쉽지 않았기에 ‘희소성’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활약이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대학생이었던 정대현이 120km대의 공으로도 미국타자들을 농락했던 좋은 예이다.
하지만 두 명의 잠수함 투수를 보유한 이번 대표팀에게서 잠수함 투수들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승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닝제한 규정이 투수들의 연투를 막고 있는 상황이기에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특히 국내선수들의 몸 컨디션 상태는 대표팀 코치들인 각 구단 감독들이 파악하고 있지만 해외파는 그렇지 않다.김병현의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정대현 뿐이다.
시즌 중반 오승환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시즌 초 방어율 0을 자랑했고 올시즌 최고의 불펜이었고 최근 코나미컵에서도 좋은 투구를 보인 권오준이 빠진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야구팬들이 바라는 바는 한결같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1차 예선을 뚫고,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일 만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인 대표 선수 선발은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선수 선발은 코칭스태프의 고유권한이다. 김인식 대표팀 사령탑은 “시즌 성적보다는 실력을 중요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각 분야 코치들은 선수들의 참가 자세와 함께 ‘현재의 몸상태’도 파악한 선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벗어난 이번 대표팀 선발 기준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설명은 애매했다.
야구팬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던 2003년 11월, 2004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의 참패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번 2006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가 불러오고 있는 논란을 불식시킬만한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CBS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