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법 탄력...‘계층구조 논란’후퇴
헌재, 권한쟁의 각하결정 그 후...
2005-12-23 정흥남 기자
더 이상의 갈등을 끝내고 도민통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제주도의 입장과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3개 시.군의 입장이 평생선을 달렸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결정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순간에 바꿀 것이 확실시 된다.
2003년 정부가 수도권 행정도시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이른바 행정도시특별법을 제정한 뒤 이에 반대하는 단체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결정이 이듬해 10월에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주변에서는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오는 5월말 지방선거 이전에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높다.
따라서 국회가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대한 입법을 마칠 경우 상황은 급속하게 ‘선거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시.군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계층구조 주민투표 논란을 뒷전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소모적 논쟁 끝내자”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이날 헌재의 ‘각하’결정이 난 직후 도청기자실에서 회견을 자청,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도민 대통합을 이룩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김 지사는 "행정자치부와 제주도가 지난 7월 27일 실시한 주민투표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행자부 장관이 요구해 제주도가 실시한 것으로 이는 기초자치단체의 주민투표 실시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며, 지방자치단체 폐치는 국회 입법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했다"고 헌재의 결정 내용을 인용해 결정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 시점에서 누구는 잘했고 누구는 못했다고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혹시나 그동안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진행해 온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흠짐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모든 노력을 다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제 제주도민 모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수용, 도민 대통합에 함께 나서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진정 제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정성을 담아 나가자"며 특별자치도 특별법의 입법을 위해 역량을 모으자고 거듭 당부했다.
“헌번소원 때까지 유보”
반면 김영훈 제주시장, 강상주 서귀포시장, 강기권 남제주군수는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린 직후 ‘우리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번 '각하' 결정은 관련법률안의 제정.공포.시행될 때까지 유보한 것으로 제주도는 이를 호도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시장군수는 "이번 헌재의 각하결정 이유는 지난 7. 27 주민투표가 국가정책 수립 의견 등을 듣기 위한 비구속형 투표이고 아직 시.군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이 통과된 상태가 아니어서 위헌여부를 심리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본안을 살펴볼 필요도 없어 '각하'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군수는 "각하 결정을 예상해 시군폐지로 나타나는 각종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이미 '행정체제 특별법'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중 시군폐지 관련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제주도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미 3개 기초단체, 20여개 시민사회단체.단생단체 등과 함께 ”‘제주행정체계특별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등 시.군폐지 반대의사를 밝혔다“면서 ”앞으로 특별자치도법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되지 않도록 당력을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체제로 급진전”
이번 헌법재판소의 ‘각하’결정은 우선 제주도와 행정자치부의 행정구조 개편 추진에 반발, 권한쟁의 심판 청구까지 제기했던 제주시장 등 3명의 시장.군수의 행보를 크게 위축시킬 것을 보인다.
이들 시장군수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반대운동에 큰 힘을 얻기는 어렵게 됐으며 앞으로 헌법소원에 따른 헌재의 결정을 ‘조용하게’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군수들은 자치도특별법 입법완료와 동시에 법률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해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입법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가 투표에 나선 유권자의 절반이상이 제주도를 단일광역자치체제로 개편하는데 찬성한 한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현재와 같은 도지사와 시장.군수들간 갈등은 한순간에 내년 지방선거 열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이 과정에서 차기 도지사출마예상자 들을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과 함께 초대 행정시장 등을 둘러싼 도민들의 관심사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제주도는 시.군 통합에 따른 현황조사와 행정조직 진단과 편제용역 실시 등 36개 분야의 통합을 위한 세부추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