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서구화 당도 높은 감귤 선호…'신맛' 시장서 외면

서울가락동농산물공판장 현지 취재

2005-12-12     김용덕 기자

올해산 감귤 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감귤유통명령제 시행에 따른 비상품과 유통차단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농협제주지역본부와 출입기자가 조사단을 구성,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서울 가락동 공판장과 소비지 현지 취재에 나섰다.

8일 새벽 2시 서울 가락동 농산물공판장. 조사단의 가락동 농산물 공판장 현지취재의 주 목적은 감귤 값과 비상품과 유통여부였다. 부패과 1-2개는 있었다. 그러나 공판장내 그 어디에도 비상품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잘못 본 것은 아닐까”

가락공판장 경매사 김정배 과일과장은 “감귤원 폐원 등으로 적정생산이 이뤄졌다. 유통명령제 3년 연속 시행에 따른 비상품 감귤 출하차단으로 가격지지효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7번과가 6번과에 섞여져 출하되는 등 변경출하가 있어 신뢰저하가 우려된다”고 ‘섞어출하’의 문제점을 짚었다. 여기서도 품질좋은 4-6번과는 1만9000원-2만21000원으로 인기였다. 이보다 한 등급 낮은 7-8번과는 경락가가 최하 85000원으로 낮게 형성됐다.

김 과장은 “이제는 15kg포장은 의미가 없다. 소포장 단위로 가야한다. 감귤밴딩도 필요 없다. 이는 오히려 물류비용 상승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귤 홍보를 위해서는 서귀포, 남군, 제주시 등 지역별로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거기에 맞는 상품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귤은 브랜드시대로 자리매김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수풀’ ‘귤림원’ ‘서귀포칠십리’ ‘돌코롱’ ‘햇살머금은한라봉’ ‘귤모닝’ ‘맛조은’ 등 저마다의 지역 특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브랜드 있는 감귤은 아예 이름만 보고도 가격이 결정됐다. ‘귤림원’ 10kg상자가 2만1000원에 낙찰됐다. 이는 중매사들도 인정했다.

“당과 산도 등 품질면에서 유명브랜드는 이제 자리잡았다. 입맛이 서구화되다보니까 당 위주로 감귤을 선택하고 있다. 산이 높은 감귤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맛있는 감귤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매사인 고연자씨(여)는 “눈으로 봐서 깨끗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다. 예전보다 비상품출하가 현저히 줄었다. 중매인이나 소비자들도 유통명령제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락공판장 전영태 부장장은 “지금만 같으면 옛날 감귤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면서 △당도위주의 상품성 향상 △산지에서의 생산량 조절(40-45만t 생산) △친환경재배에 따른 저온저장고 확보 등 정책 수립 등을 주문했다.
“경매는 가격이 아니라 시세다. 시세 유지는 결국 생산자에 달려있다”며 ‘생산자↔유통↔소비자’간의 신뢰구축이 감귤 값 형성에 가장 큰 열쇠라는 김 과장의 지적은 제주감귤의 활로를 재확인해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