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선례’에 발목 잡혀
관 개입 악순환 왜 근절 안되나
행정이 농산물 유통처리난이 발생할 경우 전면에 나서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단초는 감귤에서 찾을 수 있다.
제주도와 시.군은 감귤을 ‘제주의 생명산업’으로 규정하면서 오래전부터 감귤산업에 해마다 막대한 사업예산을 쏟아 부었다.
해마다 계속된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과잉생산과 해거리 현상으로 인한 유통파동 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급기야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감귤원을 폐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상당면적의 감귤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밭작물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감귤산업에 대한 행정의 개입은 다른 밭작물 재배농가들에게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농가들은 “왜 감귤은 되고...”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토로하면서 행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감자 유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청에서 열렸던 대책회의에서도 “왜 감귤농가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사업예산을 투입하면서 처리난을 맞고 있는 감자농가들은 홀대하느냐”고 행정을 압박했다.올해산 가을감자는 현재 시장가격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근 역시 저가의 중국산 수입물량 까지 크게 늘면서 유통난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와 시ㆍ군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이 같은 유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대책회의를 되풀이 하고 있으나 문제는 유통난 해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소비촉진운동 외에는 산지폐기와 가공물량 확대 밖에 없는데 산지폐기 및 가공물량 확대에는 불가피하게 ‘재정출혈’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처방’으로 상황이 호전될 경우 결국 실속을 챙기는 측은 중산간 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만 평씩 이들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이른바 ‘투기농’들이다.
계약재배와 생산자 단체인 농협 등이 유통문제 전면 나서지 않을 경우 ‘단기처방’에만 급급해 하는 이 같은 관 개입 현상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농민은 물로 행정도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도 행정은 개입을 되풀이, ‘유통처리난의 책임’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