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각급 학교ㆍ대학의 어제와 오늘(26) 부족한 인력 확보 위해 '전문교육기관' 설립

한 교육자의 실업교육 관심이 결실

2005-11-24     제주타임스

제주타임스는 기획특집으로 도내 각급학교의 개교역사와 면면히 이어져온 전통을 살펴보고 해당학교의 명예를 빛낸 졸업생들의 활약상을 소개함으로써 후학들에게 모교를 바로 알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동문들에게는 다시 한번 모교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게 하여 이를 계기로 동문들의 단합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4년제 대학교에 이어 도내 사학 가운데 개교3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4만명에 가까운 지역사회 산업역군을 길러내어 졸업생을 배출한 제주산업정보대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 제주산업정보대학의 설립배경

1970년대 이전에 제주도내 사립학교로 중·고등학교는 있었으나 전문학교이상 고등교육기관이 전무한 상태였다.
당시 1970년대 초반 제주사회는 한창 개발붐이 일고 있었다.
제주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월남 참전 이후 재벌이 형성되고 국내 산업구조가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급속히 변모하는 산업구조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도 활발한 개발붐이 일었는데 제주도를 동양의 하와이로 개발한다하여 관광지개발을 하며, 건설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건설과 관광관련 분야에서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당시 학교법인 명륜학원 설립자인 강석범(작고)선생은 제주지역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교육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전문학교의 설립을 구상하였다.
당시 제주도에는 건설사업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반하여 건설관련 분야에서 자격이 있는 기술자나 관광관련 자격자가 전무한 상태였다. 그나마 한림공업고등학교 출신이 있어서 건설·토목·전기 분야에 기능사로서나마 개발의 동력으로 참여하여 모자란 인력을 보충했다.

이러한 시대상황에 발맞춰 제주도 지역개발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하여 중견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역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제주실업전문학교 설립을 강력히 추진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 학교부지도 확보하지 못한 사태이지만 학교설립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어 1972년 7월 7일자로 문교부로부터 제주실업전문학교의 설립인가 예정통보를 받게 된다.
학교설립 예비인가를 받고 난 후 용담동의 제주상업고등학교 건물을 교육시설로, 이호동의 공장은 실습공장으로 하여 설립인가예정통보에 요구하는 시설을 갖추고 제주실업전문학교 설립인가신청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문교부에서는 1972년 12월 14일 교육법8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중견직업인 양성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제주실업전문학교의 설립인가를 내주게 된다.

▲ 학교설립자 강석범 선생의 교육관

‘교육제주’에서 이 땅의 교육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교육자로서 굵고 뚜렷한 궤적을 남긴 제주교육인을 발굴하고 참뜻을 기리기 위한 「제주교육열전」에 게재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강석범 선생은 제주가 낳은 우리나라 사학의 큰 별이시다. 일제치하 어려웠던 시절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소학교 촉탁이 되고, 중·고등학교 교장이 되더니, 끝내는 대학을 세워 학장까지 되셨다.  (중략) 그는 고학생들의 아버지가 되어 가난한 학생들의 학비를 흔쾌히 면제해 주었으며, 제자의 고충을 들으면 함께 눈물지으며 격려하고, 주머니 돈을 몽땅 털어주던 강 교장의 제자 사랑은 학교사정을 더욱 어렵게 했고 집안에 궁기가 흐르게 했으나 오히려 천연덕스러웠던 물욕 없는 선생의 이런 진면목을 오히려 3만 제자는 존경했고 오늘도 그런 선행을 잊지 않고 증언하는 터이다.

사상과 의지는 있으되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는 나약한 관념론자요 이상주의에 불과할 것이나, 선생은 생각한 바를 일상에 그대로 실천한 인간주의자요 휴머니즘, 그 자체를 교육현장에 실현시켰으니 현대판 페스탈로치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 보듯이 선생은 근로청소년과 야간학생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으며, 교육을 통하여 청소년을 교화한다는 교육관을 몸소 실현한 분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설립자 강석범 선생은 제주중학교 교사 재직시절부터 제주교육의 창달을 위하여 실업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선각자적인 일면이 있었다.
이는 정부수립 이후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사회현상을 예견해서 제주상업고등학교를 설립한 일을 들 수 있다. 대부분 사립학교는 인문계학교를 설립하는데 강석범 선생은 상업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제주지역에 산업인력을 배출하여 훗날 제주도내의 중소기업 지식기반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강석범 선생이 제주교육에 기여한 공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나 그 중에서도 부족한 중등교원의 학보를 들 수 있다.

해방이후 제주도에는 지역별로 중학교가 많이 세워졌으나 교사인력이 절대 부족했다.
당시 강석범 선생은 제주중·상업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제주대학의 교직과장을 겸직하고 있었는데 제주대학생들로 하여금 교직과목을 이수하게 하여 졸업과 동시에 전공과목에 따라 중등학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주어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초등학교 교사가 야간2부제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교사 자격을 취득하여 중등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제주도의 중등교원 충원은 제주대학에 교직과정을 편성하여 인재를 제도적으로 양성하는 역할에 기인한바 크며, 이러한 일은 강석범 선생이 주도해 나갔으니 제주도 교육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강   선  종
(전 탐라대교수ㆍ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