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귀포 칠십리는…"

2005-11-16     제주타임스

'특별'자 붙여 기대만 부풀려 놓고

“기대를 많이 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망외(望外)의 소득에 기뻐하는 것이 낫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상짱이 ‘실질’을 압도하는 상황은 위험하다”.
미국 부르킹스 연구소 부소장겸 외교정책 국장이었던 ‘리처드 하스(Richard N Haass)’ 전 백악관 특별보좌관이 했던 말이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북쪽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으로 나라 안팎이 온통 ‘통일 담론’으로 들썩일 때였다.
지나친 기대나 낙관이 자칫 더 큰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남북정상회담의 ‘상짱이나 ‘실질’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세상사의 심리적 공황상태의 무서움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했을 뿐이다.
제주개발특별법이니,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니,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니 하며 ‘특별’자(字)가 붙은 상징조작을 통해 도민들에게 잔뜩 기대만 부풀려 장밋빛 환상만 심어놓고 이것이 실질을 압도해버리는 제주개발정책의 허구성을 까발리기 위해서다.
서귀포 관광미항 개발 사업의 파행은 바로 이처럼 무늬만 그럴듯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의 숨겨진 두 얼굴이나 다름없다.

서귀포관광미항 개발 무산 위기

서귀포 관광미항 개발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의 7대 선도프로젝트 중 핵심이다.
2001년 11월 국무총리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기획단이 개발전략을 수립했고 이에 따라 당시 국고 280억원과 지방비 70억원, 건교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150억원 등 500억원이 투입된다는 국책사업이나 다름없었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는 이와 함께 2007년까지 1단계로 사업비 1100억원 규모로 해양위락지구겭燦泰仄툈해양지구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2단계로 여객선 터미널곀瞞濚薇같?해양가상체험관곀瞞瀛므?상가 등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서귀포 시민들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기대 부푼 특별한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었다.

침체일로의 산남지역 경제를 살리고 낙후된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야심찬 대형 개발사업이어서 그렇다.
장밋빛 꿈을 꾸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같은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위기에 놓여 있다.
서귀포항을 감싸고 있는 각종 천연기념물 훼손이나 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서귀포관광미항 개발 관련 현상변경 신청에 불가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쭈뼛쭈뼛 눈치보며 책임 회피

이해 할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01년 서귀포 미항 개발 기본계획 수립당시 당연히 실시하게 되는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왜 이 같은 천연기념물과의 충돌을 걸러내지 못한 것일까.
정부가 제주개발을 정책실험용으로 삼아 ‘아무렇게나 우선 선이나 긋고 보자는 식’의 ‘탁상놀음’의 결과가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하여 서귀포 미항 개발이 무산 됐을 경우 서귀포 시민들의 가슴을 가위 누르게 될 박탈감과 상실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런데도 이 문제와 관련, 책임소재가 분명한 정부는 물론 서귀포시나 제주도나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어느 곳에서도 책임 있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쉬쉬하면서 쭈뼛 쭈뼛 주변눈치나 보며 책임의 주변머리만 맴돌고 있는 형국이다. 부지런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뺌 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 질 정도다.
영악스런 기회주의자들의 행태를 빼 닮았다.

이것이 ‘특별’하게 포장된 ‘제주개발 특별성’의 실체적 진실이라면 도민들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 역대정부로부터 특별한 우롱을 당할 꼴인가.
서귀포시민들의 허탈이 분노로 일어서고 실망이 독기를 품어 목쉰 절망을 노래한다면 이는 여간 큰 불행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지금 서귀포 칠십리에는 짙은 먹구름이 덮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귀포항 개발에 따른 책임있는 문제해결 방안 제시는 빠를수록 좋다. 서귀포 시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터지기 전에.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