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버스전용차로 실효성 높여야
대중교통 우선정책의 ‘꽃’ 시행 1년
버스 수송력·정시성 향상 의문
차량 증차 감안하면 승차인원 줄어
대부분 가로변전용차로 효과 미흡
중앙차로 확대에 간선급행 등도 검토
정책당국 확고한 의지 무엇보다 중요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천국인지, 지옥인지 자문해 본다. 거의 모든 도로에 주차가 가능하고, 과속을 하다 걸리면 범칙금 몇 푼 내면 되며, 교통사고를 내고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보험이 알아서 처리 해 주는 이런 천국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고 교통의 천국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도로는 혼잡하고, 주차는 힘들며, 기름값은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유류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면서 달래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교통의 천국은 아님이 분명하다.
교통지옥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주에서도 버스 전용차로를 도입하고 1년을 보냈다. 승용차 한 대는 잘해야 2~3명을 수송하는 반면 버스는 30명 이상도 태울 수 있어서 거의 모든 도시가 버스 또는 지하철로 대표되는 대중교통 우선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하철이 없는 제주도는 버스를 늘려 노선을 조정하고 보다 빠르면서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버스 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다. 전용차로제는 1996년 서울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래 수도권 BRT(간선급행버스)노선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부산과 대구, 광주광역시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전남 목포시의 경우 남악 신도시 조성 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하고 전용차로를 도입하였다가 노선 버스의 통행량이 적어 올해 7월에 폐지를 한 사례도 있다.
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 우선의 정책 중에서도 아주 강력한 교통기법이다. 제주지역은 제주시 동·서광로와 도령로 구간에서 운영하는 가로변 버스 전용차로와 시청 앞에서 아라초등학교까지의 중앙 전용차로로 구분된다. 비용이나 운영에는 다소 부담이 있으나 중앙차로제의 효과가 훨씬 크다. 때문에 앞으로 중앙차로제가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앙차로제는 차로수가 많은 대도시에서 유력한 기법이다. 최소한 6차로 이상의 도로 그것도 중앙분리대나 포켓차로를 만들 수 있는 전체적으로는 7개의 차선이 나오는 구간에서만 시행이 가능하다. 제주시내 동·서광로, 연삼로, 연북로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80년대 개통된 동 서광로는 중앙차로를 시설하려면 보도를 줄여야 하거나 교량 구간에서는 구조물로 인해 곤란한 경우도 있다. 또한 유턴을 금지해야 하고 버스 차로와 좌회전 포켓차로를 엇갈려 시설 해야 하는 등 직진 교통류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회전하는 차량들은 불편이 크다.
아울러 전용차로는 버스가 시간당 150대 이상 통행할 때 지정을 할 수 있는데 제주의 버스노선 대부분은 그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제주형 대중교통 우선차로라고 명명하고 택시나 전세버스 등이 다닐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택시들은 전용차로를 이용하면서도 승객의 승하차를 위해 노변에 정차를 하면서 일반 차량들은 혼잡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자동차가 40만대. 너무 많다. 관광 성수기나 러시아워에는 교통 혼잡도가 대도시 못지않다. 이런 가운데 대중교통 우선정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버스 전용차로 시행 1년을 맞고 있지만 버스 수송력이나 정시성이 크게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전용차로 구간이 전체 노선에 비하면 시범 수준에 그치고 있고, 대부분이 가로변 전용차로로 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관련 조직을 키우고 버스를 50%나 더 투입하고 노선개편과 아울러 전용차로를 만들었다면 그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아니다. 제주도는 하루 14만여 명의 버스 이용객이 시행 1년 만에 17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종전 500대에서 750대로 늘어난 버스 수를 감안하면 대당 승차인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도가 교통정책의 키를 대중교통 우선으로 잡았다면 좌고우면 하지 말아야한다. 버스정책의 실효성과 전용차로의 효과를 위해서는 주요 구간에서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확대하고, 버스 우선신호 및 간선급행의 검토는 물론 도로의 위계질서를 위해 간선도로와 이면도로의 접속을 줄이고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제주도는 내년 초까지 전용차로 시행효과를 심층 분석하고 중앙차로제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도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버스정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