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미래가치’ 되기 위한 필요조건

2018-10-24     최용복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미래리드 핵심신기술 금융분야 넘어
全산업 확산 전망 주도권 경쟁 치열
道, 성장동력산업으로 적극 육성키로

우려되는 점도 많아 신중한 접근 필요
장단기 로드맵 마련·도민 공감대 형성
성공 열쇠는 도정의 ‘강한 실천의지’

 

제주도정이 블록체인을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하고 적극 육성에 나서면서 도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특구를 지정하고 명실상부한 블록체인 거점도시로 성장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경제 활로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회의나 국제 컨퍼런스 등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개최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향후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10대 기술로 선정되면서 금융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었다.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 및 고위 경영진들은 설문조사에서 2025년까지 전 세계 GDP의 10% 이상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과 함께 미래를 리드하는 핵심 신기술 분야로 세계 각국은 주도권을 놓고 경쟁중이다. 이들의 활용과 잠재력은 이미 실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구글이 운영하는 알파고를 통해 천재 기사 이세돌과의 바둑대결로 존재를 알린 바 있다. 3D 프린팅은 의학, 공학 분야를 넘어 예술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주역으로서 우리의 생활 중심 속에 들어와 있다. 가상화폐는 누구라도 중앙은행 없이 직접 채굴이란 방식을 통해 발행할 수 있으며 유통까지 되면서 미래의 화폐로 대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분야를 넘어 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언급하는 등 그 파급력을 가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블록체인은 다른 신기술과 달리 부정적 측면도 만만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주식시장처럼 매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거래상에서의 투기의 대상이 된다거나 돈세탁 통로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고 기술적 측면에서도 불안전성이 존재하고 있다.

마쓰오 신이치로 미국 조지타운대교수는 최근 저서 ‘블록체인의 미해결문제’에서 블록체인 기술단계를 마라톤에 비유하여 5km 지점에 도달한 초기 기술 상태라며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탓에 블록체인 육성정책에는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은 물론 블록체인이 제주의 성공적인 미래가치가 되기 위한 최소한 몇 가지의 필요조건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블록체인의 발전에 대한 장단기적인 로드맵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난 다음 단계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이론적 토대는 오래전서부터 구축되어 현실화되기까지 30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 선점의 시급성과 중요성도 있지만 국제자유도시 완성이라는 큰 틀에 맞춘 장단기적 계획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검토하면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도정이 밝히고 있는 블록체인 육성방안의 핵심은 특구지정을 통하여 규제철폐와 가상화폐인 제주코인을 발행하는 것 등으로 혁신적이다. 그러나 불현듯 제주 지역사회에 등장한 이슈인데다 우리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또한 도민 대부분에게는 여전히 난해한 기술적 개념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문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으로 인한 개인적 영향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납득과 공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 그룹만의 이해로 이끌어가는 속칭 ‘그들만의 리그’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

셋째, 도정의 꾸준한 실천의지 여부다. 현 도정은 정책의 추진력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않다. 제2공항건설, 제주신항, 스마트팜 사업 등 대형 정책사업을 발표하였다가 비난이나 반대에 부딪히면 중도에 흐지부지 되거나 사업 중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 사업도 특성상 반대에 부딪칠 개연성이 높다. 블록체인 사업추진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다시금 용두사미의 정책처럼 슬그머니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