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프레임과 ‘재밋섬’ 논란

2018-10-23     정용복 언론학 박사

크고 작은 프레임에 갇혀 사는 사람들
미디어 만드는 ‘틀’ 통해 세상을 이해
문제는 뉴스시각 일부만 선택·강조

지역 언론 뻔한 구도의 지상중계식 보도
저널리즘적 진실성 찾기 노력 부족해
이면캐기 탐사프레임 회복 제기능해야

 

‘프레임(frame)’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이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프레임 사회에서 대개의 사람들은 실제 사실에 근거해서 생각하고, 의견을 내기보다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문제는 미디어가 쏟아내는 뉴스보도의 시각이다. 흔히 뉴스를 사회의 거울이라 한다. 하지만 뉴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그 일부분을 선택, 강조, 요약해서 보여준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서 선택, 강조, 요약된 현실을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지역 사회에서 ‘재밋섬’ 건물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다. 건물 매입 주체인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5월 이사회를 통해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의 재밋섬파크 건물을 예술인들의 활동공간인 한짓골 제주아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며 매입을 결정했다. 172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재밋섬’ 매입과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지만, 계약과정과 사업 적정성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때문에 현재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해 도감사위 감사가 진행되고, 건물 매입가격의 적정성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3일 재밋섬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한 의원들의 집중 질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계약 당사자인 재밋섬 이모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허의보도와 추측성 기사로 5명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역 신문과 방송 보도는 어땠을까? 일간신문의 경우 A일보 “계약금 1원 재밋섬 건물매입… 소유권 공방 새로운 쟁점 부상”, B일보 “재밋섬 건물 매매계약 원인무효… 문 의원 ‘대법원 판례상 구속력 없어’”, C일보 “‘계약대상 타당했나’ 재밋섬 건물 소유권 쟁점”, D일보 “신한은행이 대출금 회수위해 건물 매각하면 끝, 재밋섬 매입 사업 재검토 필요”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E방송 “소유권도 없는데 매매… 5명 고소, 소송 불사”, F방송 “재밋섬 계약 원인무효 대 일방적 오해”, G방송 “재밋섬 건물매입 의혹 공방 심화”, H방송 “재밋섬 공방… ‘계약 무효’ 대 ‘문제없다’” 등이다.

지역 신문과 방송 대부분의 보도가 ‘공방’ 프레임을 주로 사용했다. 이날 오후에 행정사무감사가 있었고, 이에 앞서 이 대표의 기자회견 열렸기에 대다수 언론은 이를 ‘공방’으로 다뤘다. 뉴스 보도에 있어서 대립되는 주체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기 때문에 ‘공방’으로 처리하는 것은 너무 뻔한 기사 프레임 방식이다.

지역 신문과 방송의 이 같은 프레임들은 이 사건의 성격이나 진행과정을 두고 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이 불거졌을 때 그것을 무마하려는 행정당국이나 관련 당사자들의 명분 찾기와 자기합리화, 그로부터 파생되는 미숙한 뒤처리는 지난 사례를 들쳐봐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프레임들이다.

지역 언론들이 독자적인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아쉽다. 예컨대 제주도의 ‘미숙한 위기대응’과 ‘적극적 문제해결’ 프레임이 있을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 사안의 중대함과 어울리지 않게 도감사위의 감사 청구라는 안이한 처리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무리 사업 주체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한 이후로는 관리감독 주체인 제주도가 적극적 문제해결 당사자로 나서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한 제주도의 적극성 결여를 지적하는 것이 뉴스보도에는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언론은 지금처럼 지상중계식의 단순한 보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실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적 진실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쉽게 넘어갈 사안도 아니고, 가볍게 취급할 거리는 더더욱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 위주의 보도는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진정한 숨은 이면 캐기를 위한 탐사 프레임을 회복해야 한다. 도의원들이 계속 제기하는 문제들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실들을 현재 밝혀진 맥락과 연결시켜낼 수 있는 힘이 그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며, 지역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지탱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