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조사 불발, 도의원들 직무유기
신화공원 오폐수사태 조사 부결
행정조사 대상 아니라는 입장 다수
이번 사안은 ‘특정사항’ 판단 잘못
도의회 안이한 대처 이해할 수 없어
도민 관심사항 막무가내 뭉갠 처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큰 실망감
최근 신화역사공원의 오·폐수처리시설 작동과정에서 오·폐수가 역류(逆流)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주개발행정의 현 주소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지역 언론들은 소위 ‘오폐수역류사태’와 관련하여 ‘제주도가 해당 업체에 대해 봐주기 식의 일처리를 한 의혹이 있고,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현상적으로도 오폐수 역류 사태는 분명 발생했다. 더욱이 사태 진원지가 지하수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는 중산간 지역이다. 2~3만여 명의 동일생활권 주민들의 안온한 주거생활을 여차하면 불편하게 하고 구차스럽게 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대충 넘길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에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도 이달 초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당초 도의회가 제시한 계획 상하수도 용량을 초과해서 사업주체가 무단으로 과다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의원들은 이에 따라 “도의회가 동의한 사항을 제주도가 임의대로 축소 조정하여 적용하는 것은 대의기관을 무시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 같은 갑론을박의 논란 와중에 허창옥 의원 등 도의원 22명이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발의함으로써 지역사회가 크게 반겼다. 천만 다행스러운 일로 여겼다. 그 발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단 도의회가 특정사안에 대한 행정조사를 통해서 그동안 제주도가 개발사업체에 사업계획승인조건으로 제시해 왔던 상하수도 용량 등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지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결과를 토대로 그동안 본의 아니게 논란의 빌미를 제공해 왔던 지역 투자자본에 대한 행정의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한 인식을 이번 행정조사를 통해서 새롭게 다지는 계기, 즉 개발행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행정사무조사는 불발됐다. 도의회에서 ‘조사 발의의 건’이 부결된 것이다. 대다수 도의원들은 이번 사안이 행정감사 대상이지 행정조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연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정치 주도로 정치논리에 따라 일련의 지방분권 관련입법이 추진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 권한의 상당수는 지방의회의 권한모델로 입법을 통해 각색되어 재탄생했다. 지방의회의 행정감사 권한과 행정조사 권한 또한 마찬가지 이런 역사성을 갖고 있다. 즉, 국회의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이 그 모델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의회의 행정감사 및 행정조사 권한을 이해하는 데는 그 역사성에 비추어 국회의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의 운영 실태만한 것이 없을 듯하다. 즉, 국회 피감기관들에 대한 국회의 일처리 과정이나 그 선후 등을 들여다보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국정사항은 주로 국정감사권을 발동을 통해서, 특정사항 특히 국민적 이슈가 되는 사항 등은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이른바 ‘오폐수 역류사태’는 제안된 이유들을 망라하여 들여다보면 누가 봐도 통상적 행정감사 대상에서 크게 벗어난 사안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대충 넘기고 갈 일반적 현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도를 크게 벗어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경험했던 일련의 국회의 국정조사 사례에 못지않게 사안 자체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어있다는 점에서도 그런 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초장(初場)에 도의회가 안이하게 대처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그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사항을 막무가내로 뭉갠 처사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뭉개면서 제주관광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불발은 제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다. 가까운 미래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대야 하는 우(愚)’를 범한 꼴로 드러날지 모른다. 제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의 추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