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제주형 대중교통시스템’ 만들자

2018-09-02     변장선 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제주 대중교통체계개편 시행 1년

버스 수송력 높아 도로혼잡 저감효과

투입예산 대비 가성비는 문제 부각

 

‘돈먹는 하마’ 우(愚) 사전에 막아야

경제성 분석 등 문제 해결 노력 필요

세계에 자랑할 제주버스시스템 기대

 

근대 산업혁명과 증기기관 발명을 시작으로 엔진이 달린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서부터 교통문제가 시작된다. 오늘날 세계 다수의 도시들은 자동차 홍수로 인해 승차·소통·주차난의 3대 교통문제를 안고 있다.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 시행한지 1년이 되었다. ‘편하고 빠르고 저렴하게’를 슬로건으로 기존 시내외 버스를 530대에서 800여대로 늘리고 빠른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용차로 시설, 전도 시내버스화, 간선 급행버스 등을 도입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14만여 명에서 17만명으로 늘었고 버스를 이용하는 수단 통행량도 10% 정도 늘었다고 한다.

버스의 경우 승용차에 비해서 수송력이 높아서 도로 혼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임에 분명하다. 이에 다수의 도시들이 버스전용 차로제를 운영하고 있고, 제주에서도 도입해 시행중이다.

그런데 개편된 제주 대중교통체계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어느 정도 인구가 있는 모든 곳을 다니기 위한 노선을 만들어서 단순화시켰다고 하지만 익숙한 예전의 노선번호를 바꾸어 백단위 노선번호에 ‘―1’, ‘―2’ 같은 보조번호까지 붙임으로서 버스 주요 이용층이지만 정보화에 약한 노인들과 외지인들은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전체 버스 대수가 50% 가까이 늘어난 것에 비해 이용도가 조금 늘었다고 하는 것은 꼭 희망적이라고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버스의 대당 평균 수송인원은 줄어든 것은 문제다.

제주형 대중교통 우선 차로제라는 제주 특유의 전용차로는 택시 등 일부 업계와의 마찰을 피해 가려는 수단으로 비쳐지고 있고, 전용차로 위반에 대한 단속 근거도 명확치 않아 아직도 단속에 논란만 키우고 있다.

아울러 도내 간선도로는 이면도로와의 접속점이 많아 도로의 위계질서를 분명하게 확보하지 못한 도시계획으로 교차점이 많다. 일반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구간이 많은 가로변 전용차로는 버스 이동성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제주도를 이를 중앙차로로 개선할 계획인데 사전 설계 단계에서부터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중앙차로는 적어도 8차선 이상의 다차선 도로에서 효과가 크다. 그러나 제주의 간선도로는 6차선으로 전용차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일반 차량들의 혼잡은 물론 유턴 금지에 따른 우회 통행거리 증가 및 이면도로의 혼잡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보도를 깎고 전용차로를 추가로 만들면서 보행 안전문제, 전용차로 끝단에서의 교차되는 차량 간의 상충 문제도 있다. 특히 노선 단순화의 반작용으로 환승이 증가한 데 따른 환승정보 제공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은 시급하다고 본다.

도의회에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 1년에 대해 연간 1000억원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고 보고 ‘돈먹는 하마’가 되는 우(愚)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버스 준공영제 또는 공영제 시행 시에는 대중교통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앙차로제 추가 시공비까지 포함하면 대중교통 관련 예산이 도 재정을 압박하는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확실한 방법은 대중교통 활성화이고, 일부 구간에서 버스가 좋아졌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성 분석과 함께 향후 토지이용계획 등 목적통행과 수단통행의 예측을 철저히 하고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브라질의 어느 도시에는 버스 정류소에 독서실이나 음악 감상실 같은 시설과 에어컨은 물론 버스 정보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전 세계 교통전문가들이 벤치마킹하러 몰려들면서 이 도시는 일약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도 대중교통에 눈을 돌려 기왕 시작을 했고 승용차 이용자를 버스로 끌어 들이고 싶다면 후세에 이러한 대중교통의 도시로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제주버스 시스템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제주형 우선차로제로는 제주도가 추구하는 목표 도달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