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2005-11-04     제주타임스

가을은 색체의 계절이다.
지금 우리 제주도에는 섬 전체가 형형색색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한라산은 물론이고 길거리와 들판에도 화려한 색의 향연이 서서히 펼쳐지고 있다. 이렇듯 단풍이 가을을 대표하는 색이라면, 청명한 가을 햇살에 눈부신 은빛으로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꽃은 단풍의 현란함과 달리 수더분한 색으로 깊어가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앙과 기후변화로 가을이 그냥 잠깐 스쳐가는 계절이라 하지만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저마다 있을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변화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지난 계절 동안 숲을 이루면서 무성하게 가졌던 것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무(無 )의 상태로 돌아가는 시기이다.  

 이렇게 대자연의 고요함과 평화로운 변화와 달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은 실상 그 자체가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들이 하는 일, 즉 인간사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 모두가 과거보다 살기가 편해졌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워졌으며, 많이 배워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다는 인물들도 많은데 어째서 날이 갈수록 세상이 나빠지는지 모르겠다.

이 가을 투명한 햇살과 바람처럼 우리네 생활도 함께 따뜻해졌으면 한다. 
지독한 무더위도 물러가고 청명한 가을하늘아래서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단풍과 억새의 단아함, 들 꽃 같은 미소를 보내면서 잠시나마 무거운 일상에서 벗어나 계절의 향기에 취해 우리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사실 다들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별로 내세울만한 것도 이룬 것도 없지만 그래도 사는 일이 장난일수 없기에 때로는 생(生)이 너무 무거워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행복은 크고 많은 것에서 보다는 작은 것과 적은 것에서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향기로운 한 잔의 차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친구와 나눈 따뜻한 말씨와 정다운 미소를 가지고도 그날 하루 마음의 양식을 삼을 수 있다.

우리가 많은 것을 차지하고도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따뜻하고 자상한 정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불황을 이야기하고 경제를 걱정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먹고사는 일상적인 일에 매달려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참된 자기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우리가 참으로 걱정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이 풍진 세상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내 삶의 모습인지 인간본연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비록 하루하루의 삶이 힘겨울지라도 잠시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을 향연 속으로 들어가 “나”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정을 나누며 살아도 부족한 우리네 삶의 여정이기에 돌아오는 길에 예쁜 단풍 한 잎 담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편지한줄 써 보내 풍요로운 가을의 향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의미가 있지 싶다.

이   광    래 (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