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통한 도심 활성’ 헛구호
예술로 발길 끌겠다며 리모델링한 산지천 갤러리
하루 방문객 20명 선…전문가 없고 예산도 ‘조각’
“행정, 시설 만들어 놓고 적절한 지원 안 해” 비판
‘문화를 통한 도심 활성화’는 성공할 수 있는 명제일까. 2000년 이후 행정이 원도심 쇠락이라는 비판을 들을 때마다 도민들에게 ‘마법의 가루'처럼 들이대는 이 바람이 사실은 행정 때문에 실패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산지천 갤러리 문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일도1동과 건입동, 산지천 주변에 광장과 공원을 조성하고 산지천을 복원하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공약으로 출발한 이 사업은 원희룡 도정까지 이어지며 4만5845㎡ 부지에 565억 원이라는 거대한 혈세가 투입됐다. 목적은 단 하나, 원도심 활성화다.
산지천 갤러리는 그 일환으로 추진돼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제주도는 탐라문화광장조성사업이 원도심의 기억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2015년 4월 탐라문화광장 부지 내 역사성 있는 건물 5채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때, 여관과 목욕탕이 있던 금성장과 녹수장을 하나로 이은 산지천 갤러리가 구상됐다.
도는 3억 원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 원도심 활성화의 새로운 축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개관 8개월째인 지금, 산지천 갤러리는 하루 방문객 20명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섰다.
문제는 단순한 방문객 수가 아니다. 운영진에 전문가가 없고, 예산이 연초 안정적으로 배정되지 못 했다. 계약직 업무 담당자가 디자인을 전공하긴 했지만 정식 큐레이터가 아니다. 연간 3억 원이 필요한 예산은 7월 현재 1억 원(3~4개월 운영 분)만 확보됐다. 산지천 갤러리가 ‘문화 향유 확대’와 ‘도심 활성화’라는 작지 않은 사명을 가졌음을 감안하면, 예산도 전문가도 없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
이 같은 이유로 기획 역량을 확보하지 못 한 갤러리는, 연초 시작한 故 김수남 기증사진 전시기간을 예정보다 늘려야 했다. 같은 이유로 1층 카페는 재단 직영과 임대, 어느 방향으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 하면서 갤러리 초입부터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와 재단이 갤러리의 방향을 사진전문갤러리로 한정하면서 도민과 관광객,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을 유인해야 하는 기획 운용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 중 만난 문화예술관계자들은 “행정은 말 붙이기가 좋아 문화와 도심 활성화를 연결지을 뿐, 적절한 지원을 지속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임시회에서 해당 지역구 문종태 의원은 “아름다운 산지천 주변에, 잘 만들어진 갤러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하고 있다”면서 “민간 위탁 등 다른 활성화 방안을 찾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의 명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