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기금운용 의회 감시 ‘사각지대’
[Zoom-In] 현장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예술행정
<3> 제주문화예술재단 ‘재밋섬’ 건물 매입
지자체 보고 후 매매계약 체결까지 제주 3개월, 서울 2년
기금사용 헐렁한 절차 제도개선, 각계 의견수렴 자세 필요
재단법인의 강점은 전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의결권을 정치적으로 행사할 경우 일부 의견이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공익성을 지닌 지자체 출연기관들은 조례나 정관에 규정된 절차 이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재단 기본자산으로 건물 매입을 추진 중인 서울과 제주 문화재단의 행보가 대비돼 주목을 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재단건물의 노후화와 공공 공연 연습장 부족 등을 이유로 재밋섬 건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 출범 이후 모인 기금 170억 원 중 113억 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하고, 도에서 60억 원(현재 추산)을 지원받아 리모델링해, 한짓골 일대에 문화예술인 종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재단은, 지난해 9월 '기금 합리적 운영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열고, 올 3월 제주도 보고, 5월 재단 이사 간담회와 주민 설명회를 연 데 이어 같은 달 재단 이사회로부터 매입 안을 의결받았다. 이어 재단 정관에 따라 제주도에 '기본재산활용 건물매입 이사회 의결 건'을 승인 받고, 나흘 뒤 건물주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지자체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지 3개월만에 계약이 체결된 셈이다.
반면 서울문화재단은 제주와 추진 기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재단은 동대문구 용두동 재단을 이전하기로 내정한 뒤 2016년 초 서울시, 서울시의회와 협의를 시작했다.
이 해 2월 서울시 매입 추진 논의, 서울시 추진 보고, 4월 서울시장 보고, 5월 재단 기본재산관리위원회 추진 의결과 재단 이사회 추진 안 승인을 거쳐 6~7월 감정평가를 통해 매입금액을 결정했다. 이어 8월 동숭아트센터 건물주와 매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양해각서에는 시와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 할 경우 매매 추진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위약금은 설정하지 않았다. 다음 달 재단은 시의회 보고를 거쳐 시와 시의회 양쪽의 구두 승인을 얻은 뒤 비로소 재단 이사회에 최종 매입 금액을 승인받았다.
그런데 정작 서울재단의 매입절차는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2016년 12월 재단은 이전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고, 2017년 한 해 동안 내, 외부 전문가 회의를 통해 건물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건물주와의 매매계약 체결은 2018년 1월 이뤄졌다. 현재는 실시설계 용역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한 지 3개월만에 건물 매입 계약을 체결한 반면,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와 논의를 개시한 지 2년 만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의회 사전 보고가 없었고, 서울문화재단은 여러 차례 시의회와 추진 상황을 공유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서울문화재단 조례에 50억 원 이상의 기본재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경우 사전에 시의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절차 상의 규정을 떠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시나 의회와 협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공익 기관이기 때문에 매입 건물 활용에 있어 주 사용자인 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며 “그 과정에서 당초에는 청사 이전에 방점을 찍었지만 점차 예술가들을 위한 공유 공간을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내 문화 관계자들은 “재단의 막강한 이사회 의결권을 보완하기 위해 제주문화예술재단 기금 사용 절차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도민은 물론 평범한 예술인들의 의견을 폭녋게 반영하려는 재단과 제주도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