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이 보여주는 제주도 폭포의 미래
40만년 전 생성 후 육지로 800m 후퇴
폭포 하부 침식 따른 상부 붕괴 때문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는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소정방폭포·천제연폭포 등 제주를 대표하는 유명한 폭포들이 많다. 그런데 왜 제주도의 폭포는 제주시에는 없고 유독 서귀포에만 몰려 있는 것일까? 지질학자들은 서귀포에만 폭포가 나타나는 원인을 오래전에 발생한 단층운동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40만년 전 제주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큰 단층운동이 발생했다. 이 단층운동으로 인해 표선부터 모슬포에 이르는 서귀포 남쪽 해안이 수~수십m 높이로 솟아올랐다.
바다 속에서 지표로 솟아오른 지층의 일부를 지금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남원 큰엉·서귀포항 절벽·황우지해안·안덕 박수기정·갯깍 해안·엉또폭포·각수바위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서귀포항의 해안절벽에는 오래전 바다 속에서 살았던 수많은 해양생물들의 화석을 물속이 아닌 물 밖에서 볼 수 있다.
물속에서 쌓인 지층을 물 밖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바다 속에서 쌓인 지층이 육지로 드러나는 경우와 지층 자체의 단층운동에 의해 물속에 쌓인 지각이 물 밖으로 솟아오른 두 가지 경우에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매우 높은 위치까지 상승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귀포항의 지층은 지각의 융기로 인해 지금의 위치에 드러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약 40만년 전,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제주도의 남쪽 땅이 한때 격렬한 지각 융기에 따라 솟아올랐고, 그 결과로 인해 지금의 서귀포 해안절벽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각의 융기와 폭포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폭포의 정의를 살펴보면 강물이나 하천이 수직 또는 급경사 지형을 만나 흐르면서 떨어지는 곳을 말한다. 현재 서귀포의 폭포들은 모두 한라산과 주변 오름에서 발원하여 지형경사를 따라 남쪽으로 흘러가다가 물의 양이 증가하고 바닷가 근처에서 급경사 지형을 만나 폭포를 형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폭포들 중에서 천지연폭포는 “왜 제주도 폭포의 미래다”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천지연폭포가 위치한 지점을 자세히 보면 해안에서는 약 800m 떨어진 상류 난대림으로 우거진 숲의 끝자락에 폭포가 위치해 있다. 지질학자들은 약 40만년 전 처음 천지연폭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지금의 칠십리교 위치에서 바다로 곧장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천지연폭포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한라산 쪽으로 후퇴하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밀려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현상을 ‘폭포의 후퇴’라고 말한다.
폭포가 후퇴하는 속도의 차이는 폭포를 구성하는 암석의 종류 차이에서 발생한다. 천지연 폭포의 경우 하부에 화산재와 모래·진흙 등으로 구성된 서귀포층이 존재하는데, 서귀포층은 폭포수의 침식에 의해 쉽게 깎여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천지연폭포의 하부를 구성하는 서귀포층이 폭포수의 침식에 의해 깊게 파이고 깎이고, 하부가 불안정해진 상부 용암층은 쉽게 무너져 내리면서 폭포가 빠르게 후퇴하게 된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천지연 폭포를 보기위해 걸어가는 탐방로 양측면의 좁고 깊은 절벽면은 한때 장관을 이루며 폭포수가 흘러내렸던 곳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바다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장관을 보여주는 정방폭도의 운명도 천지연폭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수십만년이 지난후 정방폭포를 보기위해서는 해안에서 수백m를 걸어 들어가야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천지연폭포는 서귀포의 중산간에서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연출하고 있을 것이다. 생성 후 40만년 동안 800m를 후퇴했으니 지금보다 내륙으로 700여m 올라간 솜반천 사거리까지 밀려갈 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 천지연폭포를 바라보며 제주도의 미래 폭포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