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독자적 추진 강행' 의혹

해군, 환경영향평가 용역비 책정

2005-11-03     고창일 기자

제주도지사의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까지 논의 중단'선언과는 별도로 해군이 내년 정부예산안에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용역비를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독자적인 추진 강행' 의혹을 짙게 했다.
이러한 해군의 행보는 도내 찬. 반 여론을 고려치 않더라도 제주도라는 공식적인 행정당국과 조율을 무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난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방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사업비 5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사업비는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용역비 명목이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대도민토론회에서 확인됐듯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경제적 측면을 중시 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해 도민 사회가 양분 현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올 들어 행정계층구조 개편 및 특별자치도 추진에 골몰해야 했던 제주도는 이 문제가 첨예하게 도민 사회의 현안으로 번지자 김 태환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논의연기'를 못 박았다.
이후 남원읍 위미리 일부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유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애월읍 애월리도 이에 가세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내 보훈.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범도민유치위원회'가 오는 8일 제주시 한라아트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할 전망으로 도민 사회 내부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이러한 도민의 여론에 편승, 위미리의 속칭 '넙빌레'해안을 대상으로 암반과 수심 등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후 타당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넙빌레에 대한 조사결과 대신 당초 해군이 손꼽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관련 예산이 올해 정기회에 오른 점이 확인되면서 해군측의 '도민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라는 구호가 단지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해군의 예산 편성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해군 기지 입지로 화순항을 따를 지역은 도내에 없다"고 전제 한 후 "위미항 등을 염두에 둔 해군의 움직임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정했다.
또한 도민들은 "어차피 내년 도지사 선거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돼 후보마다 뚜렷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 뒤 "해군이 서둘지 않아도 누가 지사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도민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용역비 등을 우선 확보한다는 해군의 처사가 괜한 억측만 부르게 된다"며 충분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