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삶 속에서 화가가 추구한 시대정신 기억”
제주도립미술관 초대전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제주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
1980년대의 그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다. 늘, 산과 들 같은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1985년작인 '오월의 노래-잃어버린 섬'이 대표적이다. 해골이 뒹구는 섬에서 붉은색의 용암이 커다란 풍선처럼 분출하고 있는 그림인데, 누군가는 그림을 보는 순간 당시의 광주 5·18과 제주 4·3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에게 자연은 인간 세상의 장면들을 상징하는 객체이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화가 강광(姜光, 1940~)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초대전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를 지난 7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1부는 오는 8월 15일까지, 2부는 8월 17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진다.
강광은 제주에서 14년 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삶 속에서 화가 강광이 추구한 시대정신을 기억하고자 마련됐다.
총 5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이는 1부에서는 화가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작품을 내건다.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 저항의 감성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반민족, 반통일 세력에 대한 경종, 삶의 터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강광에게 제주 생활 14년은 특별한 시기였다. 1960년대 말 제주로 내려온 강광은 유신정권 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며 기나긴 사유의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제주에서의 작품활동을 습작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을 보면 자연과 현실을 그만의 독특한 컬러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를 통해 10여 년의 제주 생활 동안 강광이 젊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초상에 대해 얼마나 번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강광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특이점은 황량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다.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들개와 새 등은 작가가 어릴 적 경험한 고향의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다. 황량하고 몽환적인 기운과 동시에 처절한 고독감이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강광은 문자언어를 사용해 작품을 표현하곤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간다’나 ‘마리산 자락에서’에 나타나는 글귀는 작가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언어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제2부가 시작되는 8월 17일 오후 2시에는 ‘강광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이경모 센터장이 ‘한국 현대미술과 강광’을 주제로 발표한다.
김준기 관장은 “강광 선생의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돌아보는 동시에 제주가 품은 자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친 강광 선생의 작품과 그의 활동을 돌아보고 제주 미술사 정립에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의064-710-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