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대책마련 서둘러야

당장 내년도 문제…'농안법'이 '발목'

2005-11-02     고창일 기자

올해산 감귤에 대한 '감귤유통명령제'가 도입되면서 제주도를 포함한 농협 등 생산자 단체, 지역 국회의원들 간에 '수고했다'는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추가 비용부담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동시에 내년산 적용 및 특별법 포함 여부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얻어 낸 '감귤유통명령제'가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등 '미리 준비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하는 실정이다.
1일 오후 2시 30분 농림부 장관 결재, 관보게재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거쳐 이 달 7일부터 적용되는 감귤유통명령제가 제주도에 '사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극조생 감귤 출하기인 10월초 이전부터 제주도가 올해산에 대한 '유통명령제 발동'을 추진해 온 반면 농림부에서 한달을 끌었다.
농림부는 '농안법'의 규정을 들어 '현저한 유통혼란'을 부를 만큼 '올해산 제주감귤이 과잉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유통 혼란'이 저급품 출하로 발생할 수 있어 '고품질 상장'을 강제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1인당 감귤 소비량 등 관련 자료 등에 대해 농림부와 제주도가 서로 다른 분석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농림부가 제주도의 안을 수용했고 공정거래위원회로 넘겨진 '발동 여부 문제'가 일련의 법적인 과정을 거친 후 이날 장관 결재로 이어졌다.

유통명령제 비용 전체 제주도가 마련해야.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에 제주도와 도내 생산자단체들은 8억원 가까운 돈을 대가로 지불해야할 판이다.
감귤 유통명령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15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재원조달 방식은 도비 4억6200만원. 시군비 3억300만원 등 지방비 7억6500만원 및 농수산물가격안정에관한 기금(농안기금) 7억6500만원, 기타 3000만원 등이다.
이번 농림부와 제주도의 절충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부분이 '농안기금을 제주도 자체에서 마련하겠다'는 카드다.
결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농안기금'을 제주도가 대겠다는 선에서 절충 이뤄진 셈이다.
고두배 농수축산국장은 "일단 유통명령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나머지 비용 은 생산자단체 등과 의논한 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다른 방안 모색하나.

어떠한 경우라도 농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명제는 절대적이다.
당초 제주도는 '유통명령제 발동에 따른 판단 권한'을 특별법속에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제주도지사가 '유통명령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여겨도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불변이다.
농림부에 요청하고 다시 농림부에서 공정위로, 공정위에서 농림부로 오는 과정 자체는 단축되지만 이는 절차가 간편해 지는 것이지 '유통명령제 발동'을 위한 여건을 제주도가 마음대로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도 당국은 "감귤 유통자체가 전국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별법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빛을 바랬다"며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를 비중 있게 전망했다.
도 감귤당국은 2003년부터 5년 동안 '유통명령제'를 발동해 '고품질 감귤을 유통시켜야 제주감귤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도 전체에 심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2003년 이후 이번 발동이 세 번째로 도의 방침대로라면 2006년산, 2007년산도 적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의 추진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유통명령제 발동'이 쉽지 않을 태세다.
이한권 도 감귤과장은 "2007년부터 산지거점유통센터사업을 전개, 비상품 감귤의 도외 반출을 도 조례로 통제할 수 있다"면서 '유통명령제'에 매달리지 않아도 올바른 감귤 유통이 정착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유통명령제가 아니더라도 2007년부터 유통사업에 본격 손을 대면된다'는 인식아래 도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도 힘들게 뻔한 '법률 개정'에 손을 놔버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제주도의 복안대로 '산지거점유통센터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는다해도 일부 몰지각한 중간상들이 여기를 거치지 않은 저급품을 도외 도매시장에 내다 팔 경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제주도의 품질인증을 받은 고급 감귤 사이에 '함량 미달 감귤이 끼어 들면' 전체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FTA 등으로 '외국산 저가 과일류'의 범람이 우려되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별도의 강제성 없이 '감귤유통이 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낙관은 위험한 발상으로 평가된다.
고두배 도 농수축산국장은 "농안법 관련 규정에 '도 조례 기준으로 정한 저급품에 대한 상장 거부'를 담게 되면 유통명령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고품질 감귤 정책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혀 '유통명령제'도입 확정으로 한숨을 돌린 제주도 감귤당국의 내년에 서둘러야 할 정책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