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쓰레기·대중교통·복지정책 등 성과
‘제주다움’ 담은 문화도시가 경쟁력
제주시장 임기를 마감한다. 지난 2년 재임기간 동안 칭찬과 함께 쓴소리도 마다 않으며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제주도의회 제주시장 청문회에서 “시장이 되어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아름다운 환경을 가꾸고 그 속에 제주만의 문화적 품격을 심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 2년 솔직히 많은 것을 이루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열정을 불태운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해 본다.
우선 쓰레기 문제다. 당시 매립장은 포화가 되고 도심에는 쓰레기가 흘러 넘쳤고 모든 시스템은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반면 15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으로 매년 쓰레기가 16% 이상 증가했고, 소각쓰레기는 시설의 처리용량 130t보다 2배 가까이 쏟아져 나와 상당량을 쌓아두어야 했다.
고민 끝에 요일별로 적정하게 배출하고 감량과 재활용품을 늘려 나가는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하게 됐고, 제도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쓰레기는 줄어들고 자원은 늘어나는 ‘환경섬 제주’로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시민의 생활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0년 만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도 정착되고 있다. 제주시 공무원과 자생단체 회원님들이 매일 새벽같이 버스정류장에 나가서 안내를 도와주시고, 시민들께서도 협조해주신 덕분이다.
무엇보다 시민이 일상 속에서 제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도시를 만들고자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우리 제주의 소중한 정신적 유산인 만덕할머니의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들어 5회차 공연 전석이 매진되는 대성황을 이뤘다. 그간 우리 제주도에 없었던 새로운 문화 콘텐츠 산업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인 제주어 문양을 개발해 공공디자인에 활용하고, 전국 문학인 제주포럼을 처음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제주돌담과 함께 갖가지 꽃을 심고 가꾸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형 도시 녹지 공간을 조성을 통해 제주다움을 담은 도시를 구현해 냈다.
사회복지 부문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해 복지 수혜대상을 꾸준히 확대했고, 치매 안심센터를 건립해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노력했다. 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엄지척 봉사단’을 운영해 촘촘한 복지기반을 구축했다.
1차 산업의 활력화를 위해 정예소득 작목단지 조성과 제주산 황칠과 석창포·톳 등의 향토자원을 활용한 6차 산업화로 농가의 소득 기반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시민 한사람의 의견이라도 더 듣기 위해, 현장 중심의 소통 행정을 추구하며 발로 뛰었다. 이처럼 지난 2년 여러 분야에서 보람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시민과 공직 구성원들의 덕이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사상 유례 없던 폭설이 쏟아졌을 때도,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를 서며 구슬땀을 흘려주신 읍면동 자율방재단과 2500여 공직자 여러분의 사명감 덕분에 빠르게 수습이 가능했다.
40년 공직생활 끝에 시장으로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제주시를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지난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다.
공직생활 내내 제주발전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멈추어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선 현재의 환경뿐만 아니라 인문자원까지도 소중한 에너지라 생각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청정제주에 맞는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 환경오염 없는 섬을 만들어 나가면서 제주의 정체성이 살아 숨쉬는 제주다움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열심히 땀 흘려주신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불편을 감수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의 근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봉개동주민 여러분께 고마운 말씀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