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자를 위한 건축 안내서

2018-06-26     문정임 기자

제주대 김태일 교수 ‘제주 속 건축’ 발간
근·현대 115선 사진·설명으로 알기 쉽게

1908년 입도한 이기풍 목사는 1910년 제주목관아 소속 출신청(出身廳)을 거점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출신청은 무예를 연마하고 병사 업무를 담당하던 곳으로, 당시 제주에서 유배 중이던 박영효가 출신청을 매입해 희사했다. 이 터는 제주 기독교 전파의 토대가 됐다. 1974년에는 근대식 교회가 신축됐다. 이 곳이 바로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제주성내교회다.

이 부근에는 제주 최초의 근대식 공연장인 옛 현대극장도 있다. 1943년 일본인에 의해 조일구락부(朝日俱樂部)로 문을 열었는데 당시에는 의자 없이 가마니를 깔고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곳은 해방 이후 좌익조직의 집결지로도 기능한다. 제주도민주주의민족전선, 조선민주청년동맹 등이 이곳에서 창립 대회를 열거나 여러 행사를 가졌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1970년대 건축된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제주 속 건축’을 발간했다. 책은 하나의 도시를 건축적 관점으로 탐구하는 안그라픽스 출판사의 아카이브 북 ‘도시 속 건축’ 시리즈의 제주 편이다.

김태일 교수는 제주에서 생활한 24년의 경험과 건축학자로서의 지식, 제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제주 건축 155선을 추렸다.

김 교수는 제주의 상징요소를 오름, 곶자왈과 중산간, 돌하르방, 밭담과 산담, 용천수, 방사탑, 도대불로 규정하면서 제주를 6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건축물을 사진과 설명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또다른 방법은, 첫 페이지의 지역별 건축물 목차보다, 맨 마지막에 실린 테마별 추천 여행지로 접근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155개의 건축물을 △근현대사의 이야기가 있는 건축 △풍경이 아름다운 건축 △유명 건축가의 작품으로 남은 건축 △재생으로 지역에 활력을 주는 건축 △제주의 문화·예술 향기를 담은 건축 △제주의 전통·역사를 담은 건축  △형태의 미학이 돋보이는 건축 △IT자본과 결합한 건축으로 새롭게 분류했다.

유명 유적지에서부터 잘 알려진 근대유산과 문화시설은 물론, 최근 지어진 펜션과 호텔, 미술관, 개인 및 회사 소유의 건축물까지 건축의 다채로운 경향도 살필 수 있다.

책은 제주 여행자를 위한 건축 안내서라고 말할 만 하다. 어른 두 손바닥만큼의 작은 크기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안그라픽스·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