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입상하면 자녀 이름 끼워놓도록 지시”

2018-06-18     문정임 기자

제주大 멀티미디어디자인 학생들 어제 회견서 ‘교수 횡포’ 추가 폭로
학내 인권센터 조사 착수…송 총장 해당 교수에 ‘학생 접촉금지’ 명령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학생들이 ‘갑질 교수’의 횡포를 고발하며 대학 측에 파면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하면 자녀 이름을 끼워 넣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추가 폭로했다.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학생들은 18일 오전 제주대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교수의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날 현장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4학년을 중심으로 1~3학년까지 50여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치욕적인 수업을 받아온 우리에게 인권은 없었다. 교수들은 성적과 졸업으로 협박해왔고 우리는 침묵하고 참아야 했다”며 “수년간 당해온 갑질의 악습을 끊고 더 나은 학과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자 이 자리에 섰다. 비대위는 4학년 재학생 모두가 공동 대표”라고 말했다.

앞서 학생들은 언론을 통해 교수가 성희롱·무시 등의 폭언을 일삼고, 도시락·담배·커피 등의 심부름을 시키고, 수업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수업 도중 식사를 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집안 공사를 학생들에게 맡긴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어진 18일 회견에서는 학생들이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얼굴도 모르는(함께 작업하지 않은) 교수 자녀의 이름을 끼워 넣도록 지시를 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날 학생들이 거론한 국제 공모전 중 한 곳의 경우 실제 2011년 A교수팀의 수상 팀 명단에 당시 고교 1학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녀의 이름이 학부생들의 이름과 나란히 언론에 보도된 것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이날 △A교수의 즉각적인 수업·평가 배제와 진정성 있는 사과 △대학 측의 정확한 진상조사와 A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대학 측은 학생 요구안 중 수업·평가 배제는 수용가능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르친 교수가 평가를 맡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불가피 제3자를 통해 학생들이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교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해당 교수가 대리인을 통해 사과의 뜻이 있음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수에 대한 처벌은 조사, 증거 수집, 징계위 회부 등의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대는 지난 12일 대자보를 통해 상황을 최초 인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송석언 총장 직권으로 해당 교수에 대해 학생 접촉 금지 명령을 내리고, 같은 날 학내 인권센터가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강영순 교무처장, 강창남 학생진로취업처장, 김정희 인권센터장은 이날 회견 후 가진 간담회에서 “인권센터 조사는 최대 두 달까지 허용되지만 가능한한 서둘러 학생들의 어려움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A교수는 19일쯤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