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바람직한 정치인
욕으로 대화하는 아이들
‘언어폭력 원인’ 부모에 들은 험담
두뇌발달·학습능력 등 저하
선거계절 정치인들도 남 헐뜯기
정책·국민행복 위한 경쟁 보고 싶어
최소한 ‘국민의 눈높이 정치’ 돼야
모처럼 회사 근처를 벗어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먹자골목을 찾았다. 즐거운 식사자리에 시끄러운 방해꾼이 나타났고 얼른 먹고 일어서야했다. 옆 손님의 큰 소리는 우리 귀를 불편하게 했다. 대화의 절반은 욕지거리고 남의 험담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데 역시 큰 소리와 욕이 절반이었다. 남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일행은 조용한 카페를 찾고서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이들은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어 청각에 문제가 생겨났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서야 다른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욕지거리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부모가 집에서 그런 욕을 쓰는 것일까? 조폭영화를 많이 봐서일까? 집에 돌아와 신문기사들을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학교에서 언어폭력이 왕따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언어폭력의 원인은 바로 부모한테 있다는 것이다. 감정조절이 어려운 사춘기에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있으면 부모들이 화를 못 참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욕뿐만 아니라 무시하고 모멸감을 주는 부모가 많다니 가히 충격이다. 예를 들어 “바보 같은 녀석”, “학원비가 얼마인지 아니?”, “그렇게 공부했다간 지방대학도 못 간다.”, “네가 그렇지 뭐”, “나가!“ 이런 무시하는 말들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부모한테 듣는 험담이나 친구들끼리 하는 거친 말은 아이들의 뇌에 절대 좋지 않다. 카이스트에서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생 중 언어폭력을 당하는 그룹과 언어폭력을 자행하는 그룹 모두 뇌의 ‘해마’ 크기가 작았고 두뇌 회로의 발달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연구도 유사한 결과가 있다.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성인의 뇌를 조사하니 일반인들에 비해 뇌량과 해마 부위가 크게 위축돼 있었다. 해마는 학습이나 기억, 감정과 관련된 부위로 상처를 입으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정상인에 비해 감정조절능력도 감소하니 우울증까지 생길 확률이 높다. 하버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우울증이나 환각증세, 다중인격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이런 증상이 잦아지면 규율을 어기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니 언어폭력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이고 사랑이다. 남들과의 경쟁과 입시로 인해 힘겨운 아이들이다. 다독이고 격려의 말을 들어도 시원찮을 시점에 상처의 말을 가장 믿는 부모한테 들었으니 아이들에겐 충격일 것이다. 그러한 불만이 욕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시작되어 언론에 후보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방송을 통해 토론하는 것도 듣고 신문기사도 많이 접한다. 어떤 후보는 시작부터 상대의 단점을 끄집어내고 무고한 것까지 또 다시 파헤치고 든다. 남북정상회담까지도 곱게 보지 않고 선거를 위한 수작이라 표현을 해댄다.
경쟁자의 부정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이용, 판세를 바꿔보려는 의도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후보들 정책토론의 장에서도 정책토론은 뒤로한 채 서로 헐뜯고 또 헐뜯는다. 부모가 자식을 향해 퍼붓는 거친 말이나 정치인이 국민들 들으라고 퍼붓는 네거티브 말들이나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지방선거일 전까지 자신을 PR하고 후보들끼리 서로 정책을 토론하고 국민들의 삶의 행복을 위해 서로 경쟁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제의 나쁜 상황을 내일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 오늘 바꿀 수 있으면 당장 실천해야 한다.
국민들을 위해 오늘 바꿀 수 있는 것을 과감히 바꾸고 내일의 더 나음으로 한 단계 나아가는 일에 여당·야당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당선 또는 정치 생명 유지라는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국민들을 불편하고 욕되게 해선 안된다.
부모나 정치인들이나 마찬가지다.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감싸주는 부모가 돼야 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정치인들도 최소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를 펼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