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궤적을 따라가 만난 ‘물방울’
김창열미술관 1일부터 ‘두 개의 물방울처럼’ 전
1960년대부터 김 화백 작품 시대별로 조명
한 작가의 작품에는 그의 삶의 궤적이 담겨있다. 가족의 죽음이나 행·불행 등 개인적인 사건은 물론 전쟁이나 가난 등과 같은 사회적 요소도 깊이 자리한다. 때문에 한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살펴보는 전시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일정 소재나 주제에 천착하는 작가들에 있어 그 즐거움은 더욱 크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1일부터 ‘두 개의 물방울처럼’전을 개최한다. 수 십 년 동안 물방울이라는 소재에 집중해온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시대별로 조명했다.
그의 1964년작 ‘제사’는 김창열이 6·25 전쟁으로 접한 죽음의 그림자를 표현했다. 어린 여동생과 중학교 동기의 절반이 전쟁으로 생을 달리했고, 길거리에서는 본 무수한 죽은 이의 모습은 상처와 비극으로 각인됐다. 이 무렵 그려진 작품은 두꺼운 질감, 거친 자국, 굵은 선이 특징이다.
프랑스 팔레조에 머물던 시절에 그는 가난했다. 캔버스를 살 돈이 충분치 않았던 그는 이미 그려진 캔버스에 물을 뿌려 먼저 그렸던 화면을 떼어낸 후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날 캔버스 뒷면에 맺힌 물방울이 아침 햇살과 만나 반짝 거리던 순간, 그 경이로움에서 물방울 그림이 시작됐다. 1972년 작 ‘밤에 일어난 일’에서는 물방울의 초창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거친 붓자국으로 표현한 앵포르멜 시기, 4여년 동안의 미국 뉴욕 시기, 프랑스 정착 초기부터 물방울의 탄생 그리고 회귀(回歸) 시리즈까지 시대별 김창열 화백의 작품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구성했다.
‘두 개의 물방울처럼’ 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김창열 화백의 삶을 보여주고 그가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들을 비워내고 승화시키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작가에게 작품이란 한 예술가의 삶과 철학을 나타내는 궤적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모두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별 주요 작품 25점이 내걸린다.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다. 문의=064-710-3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