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와의 전쟁' 선포

2005-10-28     제주타임스
우리 조상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길한 소식이 전해진다 해서 까치를 길조(吉鳥)로 여겼다. 물론 다른 지방 이야기다. 원래 제주에는 까치가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사람들은 막연히 까치가 ‘좋은 샌가 보다’라는 상상만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런 까치가 제주로 ‘이주’해 온 것은 지난 1980년대 말. 서울의 한 스포츠신문이 이벤트성 행사로 까치 24마리를 제주에 공수해 와 풀어놓은 이후 엄청나게 번식해 지금은 도내에서 추산되는 까치의 개체수가 수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들 ‘서울 사람들’은 80년대 초에도 제주에 까치 서너 마리를 방사한 적이 있으나 그 때는 개체수가 적은 탓에 적응을 하지 못해 도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거나, 이처럼 왕성한 번식력을 보이고 있는 까치는 수확기 단감을 마구 쪼아먹는 등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전기 고장을 일으키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흉으로 등장해 골치를 썩히고 있다. 까치가 집을 짓는 바람에 생기는 정전사고 등으로 도내에서 발생하는 전기 피해만 연간 6억 원 이상이며, 농작물 피해는 계랑 하기조차 어렵다니 그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정이 이런즉 까치가 더 이상 길조가 아님은 자명하다. 흉조(凶鳥) 또는 해조(害鳥)라고 해야 마땅하다. 60년대에 제주에 들어온 외래식물 개민들레가 도내 토종식물을 싹 쓸어버리듯이, 비유컨대 다른 지방 텃새인 까치는 ‘동물계의 개민들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제주도가 까치 포획령을 내린 것은 타당하다. 제주도는 올 겨울 수렵기간에 까치를 무제한 포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고, 까치는 제주의 텃새도 아니면서 텃새 행세를 하는 침입자일 뿐이지 이제 민화(民畵)나 동화 속의 착하고 낭만적인 까치는 없다. 오직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현실적인 까치가 있을 뿐이다.
이번 까치 소탕작전은 제주의 자연과 생태계를 원상 회복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제주 섬은 까치가 서식하지 않던 원래 모습으로 환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