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없는 제주관광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2017년 중국인 관광객 87% 감소
올해도 상황 나아지지 않아
지역 상권·면세점 붕괴 상황 역력
내국인들도 제주에서 해외로 현상
도내 고급관광 인프라 태부족
새로운 도정 대처방안 고민해야
2017년 제주도 방문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30여만 명에 불과했다. 2016년과 비교하여 무려 87.1%인 207여만 명이 줄었다. 제주항을 통한 크루즈여객 역시 18여만명에 그치면서 2016년 대비 무려 84.3% 급감했다.
이런 상황은 제주관광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 한 언론은 사드보복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이 떠난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메우고 있으며 그 결과 제주관광의 시름이 서서히 걷히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광지마다 인파가 넘쳐나고 있고, 주말 제주행 항공권이 동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간 서울과 제주를 오르내리면서 제주관광의 어제와 오늘을 주의 깊게 관찰해 왔던 터에 이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그 후 ‘과연 어느 정도 관광객이 몰려들기에 이런 기사를 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보거나 어느 누구로부터도 그런 빅뉴스를 전해 듣지 못했기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동안 제주관광의 상징으로 통했던 제주시내 또는 유력 관광지 등을 찾아 들러 본 바로는 모든 것이 제주관광의 호황과는 아직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유커의 메카처럼 이름 붙여진 ‘제주의 작은 중국’이라 불렸던 ‘제주시 연동 옛 바오젠 거리’에서 제주관광의 호황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도내 여느 상권의 골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 시끌벅적하던 유커 패거리는 신제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유커를 위한 자영업 상권이나 면세점 상권 자체도 서서히 허물어지는 상황이 역력하다.
1년 전만 해도 크루즈 관광산업의 요충지로 크게 부각됐고 크루즈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던 제주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주변도 제주를 찾은 중국발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뜸해지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작년 100억원을 들여서 돈 잘 쓰는 중국인 크루즈관광객을 타깃으로 하여 제주항 주변에 개장한 출국장면세점 역시 크루즈선 입·출항이 끊기면서 파리만 날리는 처지가 된지 오래다. 540여억원을 투자한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 사정도 매한가지다.
어떻든 ‘가뭄에 콩 나듯’ 사드 보복조치이후 유커를 대신하여 중국인 보따리상인이나 내국인 등이 제주관광의 대세를 그나마 지탱해 주었다는 것은 제주관광의 미래비전을 위해서는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히 제주에서의 내국인 관광시장의 저변확대라는 시장변화의 모멘텀(momentum)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224만 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이보다 10.4% 증가한 1352만 명이 제주를 다녀갔다. 특히 2017년에 이어 올해도 기대이상으로 내국인 관광객 특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종전의 ‘유커 특수의 상수화’처럼 ‘내국인 관광객 특수의 상수화’를 단정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큰 의미를 부여해 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그렇다면 내국인 관광 특수를 발판으로 하여 관광시책을 펴나가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첫째, 내국인 관광 붐은 이미 제주를 넘어 세계 관광시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해외관광차 출국하는 내국인이 26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구 대비 출국률 50%라는 점에서 세계 최고다. 이는 대만 일본 중국을 앞서는 규모다. 그래서 최근의 제주의 내국인 관광시장은 일시적인 붐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그동안 제주도는 비전 없이 고작 ‘중화권 자본에 의한 유커의 취향을 크게 배려한 카지노 등 위락시설 중심의 개발’에 몰두해 왔기 때문에 이들 내국인의 고급화된 관광욕구를 충족시킬 관광인프라가 태부족이다. 만약 앞으로 내국인 관광시장으로 탈바꿈될 경우 기존 개발 중인 시설물들은 소위 ‘고물 없는 찐빵’이 될 개연성이 커졌다. 특히 유커는 조만간 하이난섬을 더 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함이 상책인가? 새로운 도정이 이에 작심하고 진중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