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생존자·희생자·유족의 삶 ‘글’로 풀다
수형생존자 7인의 이야기 ‘늑인’ 발간
‘기억의 책 제주4370 프로젝트’ 진행
1948년 봄, 그들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누구는 말을 기르고, 누구는 농사를 짓고, 누구는 살림을 했다. 그러나 그 해 가을과 겨울은, 평생을 통틀어 가장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나날이었다.
4·3도민연대(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와 방송작가 문소연씨가 최근 4·3수형생존자 7인의 이야기를 묶은 ‘늑인’을 발간했다.
이들은 김영주, 김상년, 김두황, 박춘옥, 부원휴, 김경인, 송○○(실명 공개를 원치 않음)으로,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제주 사람이라는 것과 1948년 당시 제주에 살고 있었다는 것 뿐이다. 이들은 모두 수형인이 돼 국가로부터 징역형이나 벌금을 언도받았지만 그 이유를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알 수 없다.
이 책 ‘늑인’은 일곱 사람이 80년간 겪은 삶을 담고 있다. 늑인은 도장을 새긴다는 의미의 각인과 같은 말이다. 4·3수형생존자들에게 4·3사건 당시 겪은 일들이 지금까지 상처로 남아 있음을 상징한다.
책은 7인의 삶을 소박하고 평범했던 시절부터 재판과정, 수형생활, 수형생활 이후 등 7개 카테고리로 나눠 풀어간다. 특히 ‘그것이 재판이었다고?’에서는 당시 4·3수형인들이 받았다는 재판이 본인이 죄목도 형량도 모를만큼 절차를 갖추지 않은 졸속재판이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해 생존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직접 전해듣는 것 같은 생동감을 준다. 이제 이들의 나이도 얼추 아흔을 바라보거나 넘겼다. 책은 더 늦기전에 그들의 가슴에 늑인된 부당한 굴레가 말끔히 벗겨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간행됐다. 242쪽·도서출판 각·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