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국민 열망에 국회가 화답할 차례”

2018-04-05     강경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대통령 발의 개헌안 지방분권 미흡
제주특별도 ‘헌법적 지위’도 미포함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주도로 발의되면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발의에 앞서 개헌안은 3월20일부터 3차례에 걸쳐 국민에게 공개됐다.

1차로 발표된 개헌안에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에 부마항쟁 및 5·18 민중화운동, 6·10민주항쟁 등 민주이념이 추가됐다. 참정권 부분에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서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등이 신설됐다.

청와대가 2차로 공개한 개헌안에는 지방분권과 관련한 내용이 실렸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헌안 3차 발표에는 대통령 권한은 축소·분산하는 반면 국무총리 및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가 신설됐으며,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제한과 예산법률주의 도입, 국회 동의 대상 조약 범위 확대 등을 통해 국회의 정부 통제권을 강화했다.

개헌안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듯하다. 리얼미터가 3월29일 TBS 의뢰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500명 가운데 ‘찬성’이 64.3%, ‘반대’와 ‘잘 모름’은 각각 27.6%, 8.1%였다.

30년 만의 헌법 개정에 기대가 컸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지방분권 부분에서 ‘선언적 의미’를 ‘구체적 내용’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는 지방의 정치 주체를 중앙 정부의 통제와 명령 하에서 움직이는 피동적인 주체로 볼 때 사용된다. 반면 ‘지방정부’는 지역의 의사를 토대로 일정한 범위의 자율과 책임 하에서 작동하는 능동적인 지방 정치 주체를 인정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청와대는 개헌안에 지방정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역할만 부여하고 있다.

청와대는 2일차 발표에서 “헌법에 간략히 명시된 지방자치 관련 조항을 대폭 늘려 지자체에 ‘행정·입법·재정권’을 주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함으로써 지방에 대한 중앙의 통제 기능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공약사항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해 왔음에도 정작 개헌안에는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반영시키지 않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연방제 수준의 국가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제주도민을 비롯하여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건의한 ‘특별지방정부’ 설치 조항 자체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 온 도민의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부는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 2단계 과제로 준연방제적 분권국가를 위한 헌법적 지위 확보를 명시했고,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분권모델 완성을 약속했으나 말로만 그친 셈이다.

정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진정한 의미의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논의되는 헌법 개정안에는 국민의 열망이라 할 수 있는 지방분권의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특히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 제121조 제2항의 ‘지방정부의 종류 등 지방정부에 관한 주요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지방정부는 보통지방정부와 특별지방정부를 두며, 지방정부에 관한 주요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의결되기를 희망한다.

30년 만의 헌법 개정이라는 호기를 맞고 있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기약할 수 없기에 국민의 열망에 국회가 화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