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완전한 해결, 흔들림 없이 갈 것”

2018-04-04      

文 대통령, 추념사 통해 확고한 의지 밝혀
“아픔 깊었지만 제주의 봄은 피어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평화 메시지’ 위로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유족과 각급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주제로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봉행됐다. 4·3 추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저는 오늘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족과 생존·희생자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이제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제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제주는 그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번 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엔 전 세계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와 그 의미를 더했다. 교황은 “제주4·3 70주년 행사가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추념을 계기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치유와 화해의 정신이 뿌리내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의 메시지를 직접 발표한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제주4·3에 대해 교종께서 관심 표명을 이처럼 신속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준 것에 한편으로 놀라고 기뻤다”며 “이번 메시지가 제주4·3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고, 도민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도 부활절 선언문을 통해 “4·3 참극이 발생한지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제주4·3은 우리 국민에게 오랜 세월동안 잊혀진 과거였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4·3을 돌아보며 회심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과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약속,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 메시지 등으로 제70주년 4·3 추도식은 그 어느 때보다 아주 뜻 깊고 알찬 행사가 됐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다. 이제 그 가치가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