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지는 가상화폐

2018-04-03     이선희 글로벌넷아카데미 원장

지난해 불었던 인생역전 광풍
글로벌 규제 움직임에 가격 폭락
비트코인 고점 대비 64% 하락

암호화폐 붕괴는 시간문제 경고도
‘투기’였던 투자자들 자성 분위기
가상화폐 민낯 직시할 때

 

 

2017년 한 해 불었던 광풍(狂風), 인생역전을 장식했던 가상화폐 뉴스가 2018년에 들어선 규제와 금지의 키워드로 도배되고 있다. 최대 SNS인 페이스북과 구글이 가상화폐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선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 트위터가 가상화폐 ICO와 거래 광고 금지 결정을 내렸다. 더군다나 트위터 CEO인 잭 도시(Jack Dorsey)가 비트코인 지지자란 점에서 이번 조치는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규제 움직임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G20 회의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 IMF 블로그를 통해 ‘암호화 세계의 어두운 면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리며 경고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암호화폐는 허상”이라며 “최근 비트코인이 테러리스트와 범죄자, 세금 탈루자의 사기(詐欺)를 도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비트코인은 화폐와 자산으로서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어 거품붕괴는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고 CNBC가 전했다. 이어 19일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이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닮았으며 비트코인 붕괴속도가 닷컴 붕괴보다 15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규제와 우려 때문일까, 원래 빠질 거품 이었을까. 지난해 12월 2400만원을 웃돌았던 비트코인가격이 4월 현재 700만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해 고점대비 64% 하락한 것이다.

그동안 급등락이 몇차례 있어왔지만 지금은 큰 요동 없이 700만원 대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주요 가상화폐들 이더리움·리플·라이트코인도 마찬가지로 절반이상 빠진 채로 하향세다.

대중의 관심에도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비트코인’ 검색 횟수는 고점이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82% 급감했다.

2016~17년 한국에선 특히 불법코인 다단계로 몸살을 앓았다. 가상화폐의 급등으로 이를 기반으로 한 불법 코인다단계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채굴에서부터 자동 트레이딩시스템 등 거창하게 포장하며 고소득을 미끼로 수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는 엄연한 불법으로 정부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경고를 해왔다.

우려대로 올해 들어 불법 코인 다단계그룹 장들의 구속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됐다. 곪을 대로 곪아야 피해자들이 고소하는 패턴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사건은 지금부터 시작일거라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앞으로 2~3년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거품이냐 아니냐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상화폐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해결될 긍정적인 실마리가 보인다란 점이다.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였던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코인다단계의 실체가 오히려 빨리 드러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긍정적인 가상화폐시장의 양지화 전략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목소리와 상통한다.

또한 그동안 가상화폐투기로 인해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의 가치가 폄하돼 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질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투자자 스스로 자정하자는 분위기 역시 형성되고 있다. 인기 가상화폐 SNS 카페들엔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변한 자신을 이제야 볼 수 있었다고 수많은 등폭락을 경험하며 백일몽을 꿈꾼 자기반성의 글이 많다.

단지 여러 투자처 중에 하나로 가상화폐를 바라보자는 관점에서부터 “애초에 빠질 거품 아니었냐. 지금부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우량주에 투자하자” 다시 열심히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큰 폭풍을 경험한 후 한층 성숙된 모습들이 엿보인다.

맥주의 거품은 천천히 따르면 거품이 거의 없지만 빠르게 따르면 거품이 컵을 넘치게 된다. 가득한 거품으로 안보였던 컵 안의 맥주는 직접 마셔보아야만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듯이 거품이 빠진 가상화폐의 민낯 본질을 직시해야할 때다.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Easy come, easy go)’라는 영어명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