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께 깊은 위로와 감사 드린다”

■문재인 대통령 추념사 무엇이 담겼나
故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만에 공식사과

2018-04-03     박민호 기자

3일 제70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국가권력에 희생된 이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읽어 내려간 추념사에는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잊혀진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수많은 예술인과 제주도민에 대한 격려가 담겼다. 더불어 4·3 희생자는 물론, 연좌에 묶여 고통 받아 온 유족들의 한과 눈물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제주4·3은 1948년 4월3일 단 하루 동안의 사건이 아닌,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년간의 학살과, 현재까지 이어져 온 살아있는 역사임이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70년 전 이곳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며 “1948년 11월17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되고,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3만 명이 죽임을 당했고,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의 고통은 연좌제로 대물림됐다”고 말했다.

4·3의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도민들의 눈물어린 노력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960년 4월27일 관덕정 광장에서 ”잊어라, 가만히 있어라“를 강요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제주의 중·고등학생 1500여명이 3·15 부정선거 규탄과 4·3의 진실을 외쳤다”면서 “그 해 봄은 5·16 군부세력에 의해 꺾였지만, 진실을 알리려는 용기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단체, 예술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4·3연구소,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많은 단체들이 4·3을 보듬었다”며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던 시절, 소설가 현기영, 김석범 작가, 이산하 시인 강요배 화백, 조성봉·오명·임흥순·김동만·고 김경률 영화 감독과 가수 안치환 등 예술인들이 4·3이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닌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면서 “도민과 함께 4·3의 아픔을 기억하고 알려준 분들이 있었기에 4·3은 깨어났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며 추념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