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한 문화유산 투자

2005-10-21     제주타임스

지방자치단체가 보전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 유·무형 문화재를 자체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같은 향토 문화유산은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이 되는 것으로 이를 잘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의지와 함께 재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문화유산을 지정만 해 놓고 관리와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정을 위한 지정으로 끝나고 말며, 또 그처럼 무책임한 행정도 없을 것이다.
제주시의 경우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가 지정한 자체 문화유산은 한라산 산신제단과 내도동 방사탑 등 유형문화재 6건, 내도 알작지왓과 삼양 흑사구층(黑砂丘層) 등 기념물과 자연환경 분야 5건, 제주시 창 민요와 제주방언 등 무형분야 4건 등 모두 15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유산의 관리·보전을 위한 예산은 쥐꼬리만하게 편성해 문화유산 보호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내년의 경우 확보된 예산은 문화유산 관련 회의비 및 무형 문화예산에 투자하는 2600여 만원이 고작이며 다른 기념물이나 유형 문화유산 사후 보전사업예산은 전무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령, 해마다 훼손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내도 알작지왓(기념물 4호)과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해수욕장 흑사구층 등의 체계적인 보전이 이뤄지지 않아 날로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가 자체적으로 이것들을 문화유산을 지정한 것은 중앙이나 도 차원에서 일일이 손 볼 겨를이 없는 ‘자그마한’ 문화재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더 사업 우선 순위를 앞당겨 예산을 짜야 한다. 제주시의 내년도 사업예산이 5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문화유산 투자에 얼마나 인색한 지 알 수 있다.
향토의 문화유산을 아끼고, 이들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새기며 선양하는 데에 더 많은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