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친구들과 문화로 4·3 마주하기

제주섬 곳곳서 4·3주제 문화행사 다채

2018-04-02     문정임 기자

제주도립미술관 ‘포스트 트라우마’
탐라민술인협회 ‘4·3미술제’
제주작가회의 ‘추념 시화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캘리그라퍼 7인 초대전’

제주의 4월은 찬란하다. 굴곡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푹푹 스러져간 너와 나의 가족을 도민 모두가 추모하기 때문이다. 4·3 70주년을 맞은 올해, 제주 예술계가 다양한 행사로 4·3을 우리 앞에 끌어다놓는다.

△4·3은 제노사이드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을 찾으면 동아시아의 제노사이드 역사 속에서 4·3을 만날 수 있다.

2일 개막한 제주도립미술관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에서는 제주, 광주, 하얼빈, 난징, 오키나와, 타이완, 베트남 등에서 벌어진 20세기 동아시아의 제노사이드와 관련해 국가폭력의 상처를 조명한 작품이 전시된다.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캔버스에 담아온 강요배 작가의 ‘불인’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중인 이 작품은 제주4·3 역사화 연작의 마지막 작업으로, 조천 북촌을 그렸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을 작품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당시의 잔인함과 가슴 아픈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광기의 역사에 쓰러진 ‘토민(土民)’ 박경훈의 판화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참전했던 광주 민중미술가 홍성담의 ‘오월’도 소개된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작품까지 동아시아 곳곳에서 자행된 전쟁과 역사의 처절한 자국들을 총 226점의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영상으로 오는 6월 24일까지 만날 수 있다.

△시(詩)로 다가서는 4·3
제주4·3평화공원 문주에서는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지회장 이종형)가 70주년 추념 시화전을 열고 있다.

1998년 창립 이후 4·3을 문학적 성과로 축적하기 위한 창작에 몰두해온 제주작가회의는 올해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란 주제로 4·3의 소통과 평화, 화해, 상생을 다룬 시화 작품들을 내걸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시인 90명이 참여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제주작가회의는 70주년을 맞아 제주 4·3문학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문학적 지향과 가치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제주4·3 70주년 추념시집 ‘검은 돌 숨비소리’를 발간했다.

△원도심에서 만나는 4·3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옛 제주대병원)와 아트스페이스·씨에서는 3일 제25회 4·3미술제가 시작된다.

탐라미술인협회와 아트스페이스·씨가 주최하는 이번 미술제는 ‘무디어진 날을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든다’는 의미로 ‘기억을 벼리다’를 주제로 내걸었다.

4·3의 기억을 되살리는 한편 4·3과 비슷한 속성을 지닌 현재적 시점의 탄압, 역사 왜곡, 학살, 난민, 자본, 여성, 이주, 노동, 환경 문제를 공유하는데 초점을 뒀다. 결국 4·3이 상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모든 탄압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전시에는 4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3일 오후 3시 이아 갤러리에서 오프닝을 하고, 오후 4시30분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소설가 현기영씨의 강연을 듣는다. 전시는 29일까지다.

△글씨체에 서린 아픔을 읽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소장 김명옥)에서는 오는 15일까지 4·3 70주년 캘리그라퍼 7인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번 ‘새겨진 기억’전에 참여하는 양춘희, 김혜정, 소현경, 김인순, 김효은, 임성화, 김미형 작가는 각각 4·3을 주제로 한 시를 읽고 시에 맞는 글씨체로 작품을 만들어 4·3의 아픔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