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제주교육계 복병 부각
매뉴얼 있지만 교장 재량 …뿌연데 바깥활동 학부모 불안감 가중
올해 편성 초등 교실 청정기 미설치…“너무 섬세한 대응” 논란도
미세먼지가 교육활동에 복병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실외활동을 하는 학교가 있다고 불만인데, 일선 학교에서는 학사일정을 고려할 때 학급단위의 수업까지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 수준을 기록하면서 짧을 봄을 만끽하기는커녕 외출도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외출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당국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단계별 대응 동선을 각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제주교육청은 초등학교 1~2학년 전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데 이어, 3월부터는 일선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에 미세먼지 농도를 게재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미세먼지로 대기가 뿌연 날에도 바깥활동을 하는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교육계가 미세먼지의 유해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에 단계별 대응 범위를 정리해두고 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실외수업 단축·금지나 임시휴업을 결정하는 것은 학교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해당 매뉴얼은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수업시간 조정’ ‘등하교 시간 조정’ ‘실외수업 단축 또는 금지’ 등을 학교장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해 제주지역에 다섯 차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동안 특정 조치가 실시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이석문 제주 교육감은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교육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너무 섬세하게 대응하는 것도 오히려 문제라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제주도교육청이 실시하는 미세먼지 업무 담당자 교육이 연 1회 뿐이고, 연수 대상자가 선택권을 쥔 교장이 아닌 점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등 1~2학년 교실인데도 올해 새롭게 편성된 학급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서둘러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학부모들은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과 건강”이라며 “학교장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유난’이 아닌 ‘유해’로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