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산다

2005-10-20     제주타임스

 불안과 두려움은 이 시대의 한 특징이다. 현대 생활은 분명히 긴장과 공포속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게 하고 있다. 지진이나 폭풍우의 위력 앞에 처참하게 허물어진 인간의 비극적 모습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불행을 보면서 나와 무관함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오만한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그리고 각종 사건 사고와 생명에 대한 위협은 바로 우리 곁에 공존하고 있다. 우리들의 부주의로 인해 건축물이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한다. 교통사고의 뉴우스가 자주 보도된다. 어떤 음식물에는 금속 성분이나 항생제, 발병 물질이 과다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다. 가축이나 조류의 전염병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살얼음 밟는 것 같이” (한국속담) 불안하게 살아간다.

  사람들의 이기주의와 증오심이 빚어내는 각종 사건들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정치 집단의 대변자가 발표하는 성명을 조금만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부도수표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게 된다. 그들은 냇물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공약한다. 그리고 상대 집단과 공존을 도모하는 따스한 언어가 거기에는 없다. 오로지 상대방을 부정하고 말살함으로써만 자기 집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여러 가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손으로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것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 그리고 사업장의 파업이나 각종 집회 시위는 어찌하여 그토록 자주 일어나는가? 이러한 현실에서 두려움에 대한 특단의 치료법이 제시되어, 우리가 이웃 안에서 화합하며 살아가게 되기를 기원한다.

  불안은 우리의 생명과 생활이 어떤 위협을 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고 흔들리는 것 같은 감정이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불안이 대개의 정신적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우리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지만, 우리의 두려움은 대부분 그 원인이 자신일 때가 많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어떤 불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 불안한 느낌은 외부에서 온다기보다는 자신의 내부에서 꾸미는 음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므로 항상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다”(파스칼) 인간이 만일 동물이나 천사라면 불안에 떨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본래 불안을 갖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안 자체를 극복하는 슬기를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현재가 아주 가치있는 것인 줄 몰라서 불안에 빠진다. 무언가 미래의 좋은 날을 갈망하고 쓸 데 없이 과거와 나란히 서서 교태를 부린다.” (괴에테) 과거나 미래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을 떠난 상태로서, 우리에게 공연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안겨 준다. 과거나 미래는 환상일 때가 많다. 물론 내일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일에 열성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소중히 살아야 할 것은 바로 오늘이다. 오늘, 우울하고 비참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소화하며 살아갈 때 불안과 두려움은 대부분 치유될 것이다. 오늘은 신이 창조하였지만, 그것을 살아가는 자는 나 자신이다.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김영랑) 그렇다. 오늘 우리의 머리 위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

김   영   환 (전 오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