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자료 있었으면” 4·3교육 보완 필요 제기
어제 모 학교 4·3명예교사 강연서 일부 학생 볼멘소리
“이야기 공감되지만…사진·동영상 보여주면 이해 더 잘돼”
4·3 70주년을 맞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육을 통한 4·3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여전히 4·3은 낯설다.
당시 도민들이 겪은 아픔과 교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 강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여분의 장치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3교육주간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20일 도내 한 학교에서 열린 4·3명예교사 강연을 찾았다.
이날 연단에 선 70대의 4·3명예교사는 꼭 50년전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로, 손자뻘 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겪은 4·3의 참상을 살아온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두 살이던 1948년,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한라산으로 피신해 살던 이야기에서, 1949년 산에서 내려오면 살려준다는 ‘삐라’를 보고 소개했다가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사연, 주경야독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관공서에 입사했지만 4·3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는 이유로 3일 만에 해고되고, 어느 날엔 화가나 부친 제사상을 엎었는데 미처 사과도 드리기 전에 모친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버지를 잃게 했던 4·3이 다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 몰았다는 그의 이야기는, 슬픔을 넘어 역사적 아이러니에 대한 분노를 자아냈다.
흰머리의 명예교사는 바싹바싹 마른 입술을 적셔가며 온 힘을 다해 4·3을 전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잠을 자거나 반쯤 누운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로 “4·3을 잘 모르는데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예교사로 참여하는 복수의 4·3유족들은 “몇 번 강연을 해보면 마이크를 잡고 혼자 말하는 것만으로는 벅차다는 것을 느낀다”며 “나름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사진을 가져가보기도 했지만 현상한 사진은 크기가 작아 충분치 않았다”며 “강연 내용에 맞는 시각자료를 강연장에서 보여줄 수 있으면 젊은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후반기 명예교사 강연부터는 4·3자료를 학생들에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