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신고하라며 본인 인증 까다롭게”
도교육청 성폭력 신고방 운영방식 불편 이용자 ‘불만’
사건 접수시 설명형식에 정성들인 서울교육청과 대조
“학교 성폭력을 누가 쉽게 신고할 수 있나요? 하물며 휴대전화나 공공아이핀으로 본인을 증명해야 하니, 나이가 어리거나 휴대전화가 본인 이름으로 돼 있지 않으면 귀찮아서라도 신고를 안 할 것 같아요.”
미투 운동이 각계로 확산되자 지난 13일 제주도교육청은 기존 과 단위의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을 부교육감 단장 체계로 격상하고,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본청 차원의 통합적이면서 세밀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주도교육청이, 정작 성희롱·성폭력 신고시 본인 인증을 까다롭게 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성희롱·성폭력 신고방’을 클릭했다. 그러자 ‘휴대전화’나 ‘공공아이핀’을 통해 본인 실명을 인증하라는 문구가 떴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휴대전화가 없는 일부 시민들이나 어린 학생들로서는 접근이 어려워보였다. 공공아이핀을 클릭해 신규발급 절차를 밟으려 하자, 이번에는 타 사이트나 가까운 동주민센터를 찾아가 발급받으라는 안내가 나왔다.
도교육청은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신고받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신고방을 설치했다. 따라서 신고자의 범위에는 교직원이나 학부모 등 성인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여러 미성년자가 포함될 수 있지만, 14일 현재 교육청 신고방 시스템에서는 이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누구나 별도의 인증 없이 신고 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열어두고 있다. 본인이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무기명 접수도 가능하다. 대신 신고 란의 형태를 신고자, 피해자, 신고내용, 증거자료 등으로 구분하고 장소와 시간 등 육하원칙을 삽입해 신고의 신뢰도를 높여 제주와 대조를 이뤘다.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도민들은 “본인 인증만 까다롭게 한 제주도교육청 신고방보다, 사건의 내용과 신고자 및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유도한 서울시교육청의 신고방이 더 편리하고 유용해 보인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이번 신고 방은 아이들보다 교직원들을 주 대상자로 개설한 것”이라는 답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