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검증’보다 ‘정책 싸움’ 치열하게
지사 후보 검증 ‘설왕설래’ 가열
공방전 선거 묘미 더해 주지만
지나치면 ‘잡탕선거’ 전락 우려
예비후보들 공약 ‘1일 1건’ 남발
시대정신 담긴 굵직한 정책 제시
정책 검증 싸움 보다 활성화해야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6·13 지방선거 도지사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예비후보와 정당 간 공방전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후보 검증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선거 초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제주유리의성’ 주식 보유 문제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이 포문을 열었다. 투자 당시 문 후보가 도의원 신분으로 인허가 과정에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
문 후보와 같은 당 박희수 예비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27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모든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당연한 절차”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리의성과 관련해 당사자인 문 후보는 확실하고 명명백백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티끌만큼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청와대의 인사검증(제도개선비서관)을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 검증은 대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흐른다. 그것이 선거의 묘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네거티브 신경전이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후보 검증 싸움은 양념 정도에 그쳐야 한다. 선거 주재료는 정책이다. 주재료보다 양념이 더 많으면 잡탕 선거가 된다. 올바른 선거가 되려면 정책 검증 싸움이 주가 돼야 한다.
각 도지자 후보 측은 다양한 정책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주형 생활임금제 추진’(김우남), ‘어린이집 보육료 현실화’(문대림),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박희수), ‘제주 특수성 반영한 복지정책 마련’(김방훈), ‘제주미래비전 재수립’(고은영) 등.
그런데 공약은 일방적 발표에 그치고 있다. 정책 검증 싸움은 없다. 이유는 검증할 만한 비중 있는 정책 공약이 없어서 일게다. 아직 선거 초반이기는 하지만 신선한 공약이 없다. 과거 공약을 재탕·삼탕하는 경우도 보인다. 공약이 유권자 관심 끌기용으로 남발되는 모양새다.
과거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는 현실 정치에 있어 공약의 속성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정치인들은 어디서나 똑같다. 그들은 심지어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한다.” 정치인들이 책임지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최근 1인 미디어를 포함해 언론 매체가 증가하면서 공약 남발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후보별로 공약 보도자료를 거의 ‘1일 1건’씩 쏟아내고 있다. 그야말로 공약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공약은 후보들 고민의 흔적일 수 있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문제는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 나열식 공약 제시는 지양해야 한다. 이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후보들은 시대정신이 담긴 굵직한 정책 공약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기존에 이슈화되고 정책과 비전으로 발표됐던 것도 좀 더 다듬어 공약으로 내놓아도 좋을 듯하다.
이와 함께 다른 후보의 공약에 대한 검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현 가능성 및 재원 조달 방안 등을 지적하고 공격하면 자신의 정책 능력이 돋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책 선거가 되면서 선거문화도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선거에는 시민단체 역할도 중요하다. 중립적 입장에서 단체의 전문 분야 공약에 대한 비교 논평을 통해 시민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허황된 공약을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도 했으면 한다.
유권자는 말할 것도 없다. 지역사회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 후보들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기 동네와 관련한 공약에만 신경 쓰지 말고, 지역 전체 발전 차원에서 공약의 실효성 여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뽑아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후보 공약을 제대로 챙겨봐야 한다.
모름지기 선거에 나선 이들은 다른 후보가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자신이 돼야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도지사 예비후보들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을 버리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자세를 가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