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에 처한 '시민 감사관제'
제주시가 시행키로 한 ‘시민 감사관’ 제도는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성숙한 주민자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시민 20명 이상이 동일 민원에 대해 ‘독립적 기구에 의한 감사’를 청구했을 경우 공무원 참여를 배제한 채 ‘시민 감사관’에 의해 조사를 벌이는 것이 그 요체다.
그런 시민 감사관 출범이 불투명하다니 웬 일인가. 희망자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
제주시는 변호사 세무사 건축사 등 국가공인 자격을 소지한 시민,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시민운동가, 재직경력 20년 이상 전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시민 감사관 15명과 20명의 감사 모니터를 모집했다.
그런데 결과는 시민 감사관은 7명밖에 모집하지 못했고 모니터 요원은 한 사람도 신청하지 않아 이 제도가 자칫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 같이 시민 감사관제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대상자들이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따라 ‘시·군 법인격 폐지’ 문제를 들어 참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비록 선거에 의한 자치기능은 없어진다 해도 행정 시(市)로 거듭 나게 되므로 시민 감사관 제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 행정은 있게 마련이며 행정행위가 이뤄지는 곳에 민원 발생 소지는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료적 밀실 행정에 시민이 직접 개입하고 감시할 수 있게 하는 시민 감사관 제도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행정계층구조를 핑계 삼아 시민 감사관으로의 참여를 꺼린다면 정치적이든 뭐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기는 제주시당국도 마찬가지다. 많은 시민들이 시민 감사관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을 만큼 홍보가 덜 돼 있다. 시 당국 자체가 이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정 자세가 필요하다.